감정이 마음의 상처로 남지 않도록 감정을 표현하며 살기 위해서는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운동할 때도 먼저 내 몸에 대해 알아야 몸에 가장 적합한 운동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현재 내 마음 상태를 말해주는 감정이 어떤지 우선 알아야 자신의 감정을 토닥토닥 위로해 줄 수 있지요. 물론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야 관계 속에서도 감정 조절을 잘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시니어 대상으로 강의할 때 “지금 기분(감정)이 어떠십니까?”라고 질문을 드리면 “좋아요”, “그저 그래요”, 혹은 “별로 안 좋아요” 식의 대답들이 주로 나오지요. 우리에게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처럼 수없이 다양한 감정 표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단조로운 대답들만 나오니까 좀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밖에 대답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중 한 가지는 아마도 그동안 내 마음이 어떤지에 관심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었지만 자신의 마음에 대해 잘 알지를 못하고 혹 안다고 해도 표현을 하는데 서툴러서 “좋아요.”, “그저 그래요.”, “별로 안 좋아요.”라고 뭉뚱그릴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현재의 내 감정 상태를 알 수 있을까요? 또 내 감정을 아는 훈련,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바로 내 몸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로 하는 대화 속에서 내 감정을 인식하기는 어렵지만, 몸의 감각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좀 더 쉽다고 할 수 있는데, 몸의 감각에 주의를 두면 내 안에서 화를 참느라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떨고 있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마음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면 몸도 더불어 반응을 보이지요.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으면 머리가 빠개질 듯이 아프다든지 아니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먹은 게 소화가 안 된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입술이 타들어 간다” 와 같은 표현들을 쓰기고 하지요.
이것만이 아니지요. 면접 대기실에서 친구가 나에게 “너 왜 그렇게 입술을 깨물고 있어?”라고 물을 때, 비로소 면접을 앞두고 나 자신이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만약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면, 몸의 감각 즉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잠시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이렇게 몸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은 나 자신이 몹시 화가 난 상태에서조차도 아주 유용합니다.
왜냐하면, 배우자나 자녀에게 화가 몹시 날 때 우리는 그 즉시 화나는 나의 감정을 폭발시켜버리거나 아니면 그 화난 감정을 마음속 깊숙이 밀어 넣어버리곤 하는데 이럴 때도 내 몸의 감각에 주의를 두면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내 몸의 감각에 주의를 두면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지금 화가 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구나”라고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치밀었던 화가 어느 정도 빠져나갈 겁니다. 그 이유는 감정은 알아주기만 해도 풀어지는 것이 감정의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정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면, 우리는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의 감정을 마구 폭발시키며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는 “당신 혹은 너(아들, 딸)가 ~하니 내 감정(마음)이 ~하다”라고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요약하면 건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감정이 어떤지를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 감정을 알기 위한 첫걸음은 내 몸의 감각에 주의를 두고 내 몸이 지금 어떻게 변하는지를 느껴보는 겁니다. 자,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지금 내 몸이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