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초반의 여성이 아들과 대화를 나누다 깜짝 놀랐답니다. “그런 식의 엄마 말투가 거슬리니? 그럼 고쳐야지”라고 했고 그 순간 아들은 “엄마, 고마워요. 엄마가 그동안 해주신 어떤 말들보다 감동적이에요!”라는 대화가 오갔는데, 이 여성분은 말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 것이 감동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아들의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어떤 큰 선물이나 거창한 말보다 진심 어린 감동을 받음으로써 마음이 움직입니다. 감동을 주는 건 바로 상대방이 이해해 주고 느낄 수 있도록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입니다. 하지만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감정을 판단하고 해석해서 조언하는 데에 더 익숙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내: 여보! 요즘 따라 어깨도 결리고 무릎도 시큰거려서 걱정이 돼.
남편: 집에서 온종일 노는 사람이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사는구먼 그려.
남편: 요즘 따라 부쩍 직장 일이 힘에 부쳐. 사표 낼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지.
아내: 여보! 지금 정신이 있어요. 당신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건만도 감사해야지요.
이처럼 우리는 관계 속에서 공감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지만, 공감의 힘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어요”, “당신 마음 이해해요”, “그런 마음인 줄 몰랐어요. 그동안 당신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요”와 같은 공감의 말들을 통해 마음속에 수십 년 쌓여있던 묵은 감정들이 눈 녹듯 풀어졌던 경험, 아마도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한다고 해서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진심으로 정성껏 들어주고 그래서 이해한 것을 말로 표현해 줄 때 즉, 공감을 받을 때 풀어집니다. 예컨대 시집살이에 대한 서러움을 듣고, 그래도 앞으로 살날이 더 많은 아랫사람이 참아야 하지 않겠냐며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것보다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며 시집살이의 서러움을 알아줄 때 상대방의 마음은 풀어질 겁니다. 왜냐하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억눌렀다는 말은 그 감정이 주의나 관심을 받지 못했고 더 나아가 수용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억눌린 감정이 풀어지기 위해 조건 없는 공감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그 특성상 객관적인 잣대로 측정할 수 없는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비교하는 습성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까지도 비교하여 평가합니다. “나는 더한 일도 겪었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외모가 다르고 성격이 다른 것처럼 모든 사람이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상대방이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갖게 된 감정의 색깔과 강도는 똑같은 사건이라 할지라도 나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어떤 사람은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정도의 슬픔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의 경우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만큼이나 큰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경험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밥과 영양분이 필요하듯이 마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 말하면 판단이나 평가 혹은 충고를 하기보다, 먼저 ‘그렇구나’, ‘그랬구나’라는 공감의 말을 해보면 어떨까요? 왜냐하면 ‘~구나’ 혹은 ‘~겠다’라는 표현은 상대방에게 이해받고 또 수용 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