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16 16:54

(15회) 욕구와 감정은 서로 어떤 관계일까?

욕구와 감정은 심리학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입니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인간의 마음은 행동을 통해 드러나지요. 그러니까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욕구(동기)와 감정입니다. 그런 연유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원인이 되는 ‘욕구와 감정’을 살펴보는 것은 나 자신을 포함해서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욕구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즉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 성장해가면서 다양한 욕구들(매슬로에 의하면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 욕구, 존경 욕구, 자기가 원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은 욕구 등)을 갖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맛난 것도 먹고 싶고 안전하고 좋은 집에서 살고도 싶고, 멋도 부리고 싶고 나이가 들었어도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요. 또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과 칭찬도 받고 싶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비롯해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재능을 통해 꿈을 펼치고 싶은 욕구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욕구들이 올라올 때 채워주려고 하기보다, 그런 자신을 이기적이라 생각해서 자신의 욕구를 마음속으로 꼭꼭 억눌러버린다는 겁니다. 시니어들일수록 더욱 그렇지요.

예로 쌍꺼풀을 한 친구를 보고 자신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그 마음을 표현하기보다는, 혼잣말로 “주책바가지 같으니라고! 이 나이에 무슨 쌍꺼풀이야”라고 하지요. 혹은 복지관에서 이성 친구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애들이 싫어할 텐데…엄마로서 내가 이러면 안 되지”라고 자신을 나무랍니다.

하지만 욕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입니다. 감정과 마찬가지로 욕구 또한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욕구는 그저 내 마음 상태를 말해주는 감정처럼,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려주지요.

더욱이 욕구와 감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다시 말해 나의 욕구를 들여다봄으로써 나의 감정 상태를 더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가정마다 자녀들이 한창 어릴 때는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회사 일로든 아니면 다른 약속 때문이든 남편이 밤늦게 들어오면, 아내는 기분 좋게 맞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보자마자 “지금이 몇 시인지 아느냐?”라며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기가 쉽지요.

하지만 화가 난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가 단순히 남편이 늦게 들어온 것 때문이라기보다, 온종일 아이들과 힘들었던 나(아내)의 마음을 남편과 함께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바람(욕구)이 ‘화’라는 감정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따라서 나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은 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때로는 자신의 욕구에 도덕적인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며 자기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기도 하는데, 사실 우리에게서 욕구는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과 그 욕구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알아차려서 표현하면 그 감정은 사그라지는 것처럼, 나 자신에게 어떤 욕구가 있다고 해서 그 욕구가 꼭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욕구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그 욕구를 향한 갈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나 자신을 이해하면서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건 유용합니다. 나아가 나의 형편이 허용되는 선에서 그리고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알아차린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 때 우리는 더욱 행복할 겁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