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라는 노래 가사처럼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말은 아마도 ‘사랑해’라는 말일 겁니다.
실제로 2017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서울시민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 1위는 ‘사랑해’였습니다. 이렇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데, ‘쑥스러워서 나는 이런 말 못 해’하는 사람도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인지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사랑이고 또 모든 문제의 해답도 사랑”이라고 확대해석을 하는 심리학자도 있는데, 어쨌든 우리네 인생이란 끊임없이 사랑받고 또 받은 사랑이 에너지원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랑을 주고받을 때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받고도 전혀 사랑받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딸이 먹을 반찬을 만들어주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지방에서 올라오는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주말에 오시면 반찬을 만들어주기 위해 너무 분주하게 움직이십니다. 하지만 딸은 그런 엄마가 하나도 고맙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딸은 엄마가 만들어놓는 반찬보다 엄마와 함께 분위기 좋은 찻집에 가서 서로의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데, 그런 것들을 통해 엄마와 더 친밀해지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줌으로써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거겠지요.
따라서 관계 속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베푸는 ‘사랑’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신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부터 시작해서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또 삶의 우선순위 같은 것에 대해 서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나누면 좋겠습니다.
이런 소통함이 없이 내 방식으로만 사랑하면 나중에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어요. 이 분의 아들은 결혼해서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외아들(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잘하고 있다)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어머니가 분가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며느리랑 함께 살기가 불편하다는 겁니다.
그러자, 아들이 하는 말 “엄마, 안 돼요. 그냥 함께 살아요. 난 엄마가 남편도 없이 나 하나 바라보고 살아온 걸 알기 때문에 엄마를 잘 모실 수 있는 아가씨를 고르다가 일부러 고등학교 나온 여자를 택한 거예요. 혹이라도 대학 나왔다고 엄마 무시하면 안 되잖아요.”
이 말을 들은 어머니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방식대로 상대방을 사랑하고 위해주는 것은 마치 눈 감고 코끼리의 다리를 만져본 사람이 ‘커다란 기둥 같다’라고 대답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누군가 심리학 공부를 통해 깨달은 점을 한마디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저는 ‘인간은 모두 다르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 외모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재능이 다른 것처럼,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고 또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렇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내 방식이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해주려고 애쓰는 연습, 오늘부터 시작해 볼까요?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