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부 대기업에서 성과급 차등 지불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코로나 시대에 자영업자가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의 위치에서 보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있듯이 분명히 회사원 나름의 어려움도 있기 마련이다. 마냥 부정의 눈초리로 보아선 안 된다. 왜 그런 상황이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 언론사가 기사화한 어느 전자 회사를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매출액 및 영업이익 기준으로 10대 기업 과장 연봉을 봤을 때 그 회사 직원의 연봉은 최하위인 10위였다. 그러나 그에 비해 임원 연봉은 2위였다. 이번에 이 회사 직원들의 감정이 폭발한 이유도 단순히 타 회사와의 임금 격차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불합리한 임금 구조에 더 화가 났던 것이다.
그 과정에 뿔난 직원들의 가슴에 기름을 부은 것은 극과 극 성과급 발표였다. 연봉 8,000만 원 기준으로 봤을 때 평택공장 근무 직원은 100만 원을 받는 데 반해 창원공장 근무 직원은 최대 3,000만 원까지 받는다. 무려 30배 차이다.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고, 성과가 많은 공장 소속 직원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지불한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더라고 이건 아닌 것 같다. 필자 또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지만, 같은 해에 입사하더라도 개인의 의사보다 회사의 정책에 따라 근무지역이 결정되고 부서가 결정된다. 물론 최근에는 경력 위주로 채용하다 보니 본인이 강하게 가고 싶은 근무 지역과 부서를 주장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지역 및 부서로 배치된 후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반영될 수 있겠지만, 그가 속한 곳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당시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좌지우지된다.
이 회사의 경우 창원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평택에서 근무하는 직원과의 성과급 차이가 너무 극과 극인 상황이 직원들의 내재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창원 직원들이 근무시간이 더 길 수는 있다. 그러나 하루는 24시간이고 주 52시간으로 국가에서 정한 시간 내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성과급 기준으로 보면 창원 직원이 평택 직원보다 하루 35배를 더 근무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경영진은 이 발표로 직원의 불만이 폭발할 것을 예측 못 했을까? 최소 20년 이상을 이 회사에 근무했을 경영진은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의아심이 든다.
필자 나름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을 해봤다. 첫째는 경영진은 늘 그래왔듯이 성과주의에 따라서 영업 이익이 많은 부서에 많은 성과급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공지된 산출 로직에 의해 성과급이 결정되었기에 비록 많은 성과급 차이가 나더라도 기존처럼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둘째는 경영진 입장에서 향후 회사의 미래를 예측했을 때 어떤 분야에 투자해야 회사가 더욱 큰 성장을 할 수 있고 그러한 성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당장 직원에게 후한 성과급을 주는 것보다 비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이런 차등화된 성과급을 지불했을 것이다.
작고하신 국내 최고 기업 회장님은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해도 결국은 사람에 의해 기업은 운영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직원의 능력과 사기가 그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황산벌 전투가 생각난다. 오천의 백제 군사가 오만의 신라 군사를 황산벌 전투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고 대등한 전투를 벌였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군사들의 마음가짐이었다. 백제는 이 전투에서 지면 내 가족과 나라가 망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죽음을 각오하고 그 전투에 임했다. 그에 비해 신라군은 수적 우세로 백제 군사를 우습게 보고 전투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결국은 신라가 한 병사의 목숨을 바친 희생으로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사례만 보더라고 어떤 상황에서 비록 물리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더라도 구성원이 일심동체가 되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업 이야기로 돌아가면 구성원의 사기를 돈 몇 푼으로 꺾어놓으면 결국 그 기업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도태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소탐대실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