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 60년 만에 맞이하는 생일을 ‘환갑’이라고 하지요. 예전에는 환갑잔치를 그 어떤 잔치보다 성대하게 치렀지만, 요즘은 환갑잔치한다고 초대장을 돌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말은 지금의 60대는 옛날의 60대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의미하지요.
1960년에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52살이었는데,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나서 60세나 65세가 달력 나이로는 노년기에 해당하지만, 이들의 실제 생활은 중년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하라고 하는데, 이를테면 현재 60살인 사람은 실제 체감 나이가 42살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누가 60세를 노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단순히 오래 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60세가 넘어도 경제활동을 하거나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나아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또 색다른 선택과 시도를 하면서 행복해합니다.
따라서 60 이후의 남은 인생이 짧았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60 이후 보너스로 주어진 2, 30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많은 시니어들이 이 시간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시니어들이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60’이라는 나이에 이를 때 갖게 되는 유익한 점들을 열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60이 넘으면 젊었을 때와는 달리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본연의 내 모습이라 할까, 자신의 진짜 모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의식하며 어떤 옷을 고르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또 원하는 색깔로 머리 염색도 할 수가 있지요. 나아가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고 굳이 애쓰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거워하지요.
두 번째는 살아가면서 누구도 여러 가지 인생의 부침을 겪게 됩니다. 가족들과의 사별이 있을 수 있고 원치 않는 이혼을 해야 할 수도 있으며, 암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도 있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 마음에 고통을 안겨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60이 넘으면 이런 인생 경험들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삶이 얼마나 쉽게 산산조각이 나버릴 수 있는지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또 계속 살아갈 만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를테면 배우자와 사별이나 이혼을 해서 내 몸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반면에 가고 싶을 때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하며 친밀감과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기도 하지요. 또 자식을 잃는 아픔을 겪었어도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시 충만한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때로 어떤 중병을 앓고 난 후에는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발견하고 그것에 주목하게 되는 것도 이 나이가 주는 지혜입니다.
세 번째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우리가 웰다잉(죽음준비교육)에 관해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현재의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함이지요. 그런데 60이 넘으면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죽음’을 떠올리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랄까 그런 비슷한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의미(목적)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다 목적이 있지요. 사과나무는 사과 열매를 맺는 것이 목적이고 수많은 꽃으로부터 시작해서 이 땅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다 그것들만의 목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어떤 나만의 일을 찾아 행할 때 진정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이 오래 살고 싶어서 애를 쓰지만, 막상 그분들의 삶을 보면 심심함을 넘어 답답해하시기까지 합니다. 시니어들이여!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위한 계획, 지금부터 세워봅시다. ‘환갑’은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