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23 16:59

(20회) ‘나의 사고패턴 점검하기’

사람이 사물을 알아차리는 것과 사람을 알아차리는 것에는 차이가 있지요. 이를테면 볼펜은 누가 봐도 볼펜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저를 볼 때는 “눈이 부은 걸 보니 밤을 새운 거 같아.”, “아니야, 울어서 부은 눈 같아.”, “아니야, 원래 부은 눈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잖아.”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사람들을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해서 다른 사람을 인식하고 또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으로 인해 우리가 관계 속에서 저지르기 쉬운 건강하지 못한 사고의 패턴들을 몇 가지 살펴보려고 하는데, 이 중에서 나는 어떤 사고의 패턴에 고착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고의 패턴 첫 번째는 ‘과잉 일반화’라는 건데, 이것은 한 두 번의 경험을 가지고 일반적인 결론을 내버리는 걸 말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 ‘내 인생은 끝난 거야.’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있는데, 이건 말도 되지 않지요. 20살이면 이제 인생을 시작하는 스타트라인에 선 것이고 앞으로 좋은 일이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고 그래서 인생은 죽기 전까지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살아가면서 겪은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좌절보다 더 큰 문제는 어쩌면 자신의 삶의 목적과 목표가 없다는 것 아닐까요? 삶의 목적과 목표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으로부터 나 자신이 살아가야할 이유, 즉 삶의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는 ‘독심술 사고’라는 건데, 이건 충분한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추측하고 그래서 단정지어버리는 것을 말하지요. 다시 말해 마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본 것처럼 애매모호한 어떤 것을 단서삼아 상대방의 마음을 함부로 판단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어떤 60대 초반의 여성이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늦은 시간에 돌아왔습니다. 거실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남편의 얼굴표정이 어두워 보입니다. 순간 자신이 늦게 들어와서 남편이 화가 난 것이라고 생각하니 평소에도 그리 너그럽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남편의 마음이 밴댕이 소갈딱지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남편의 얼굴표정이 어두운 것은 아내가 늦게 돌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 그러니까 텔레비전에 열중하다보니 아내가 들어온 줄도 몰랐을 수 있잖아요. 혹은 아내가 없는 사이에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골치 아픈 일이 생겼고 그래서 머릿속이 온통 그 일과 관련된 생각으로 꽉 차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그러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고 단정 짓는 ‘독심술 사고’로 서로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겠지요. 궁금하면 추측하기보다 상대방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세 번째는 ‘개인화’인데, 이것은 자신과 무관한 행동이나 사건을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걸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들은 밖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아빠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으면 엄마아빠가 싸웠고 또 싸운 원인이 자기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것이 바로 개인화입니다. 물론 어린 아이들만 ‘개인화’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시니어들도 다 큰 성인자녀들의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지요.

마지막으로 ‘흑백 논리적 사고’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걸 말하죠. 그러니까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생각을 해서 그 중간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늘 ‘성공’ 아니면 ‘실패’로만 생각을 하지요. 혹은 다른 사람의 반응 그러니까 내가 원할 때 나를 만나주는 친구는 좋은 친구, 내가 원할 때 나를 만나주지 않는 친구는 나쁜 친구라고 생각을 하는 것도 ‘흑백 논리적 사고’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과잉 일반화’, ‘독심술 사고’, ‘개인화’, ‘흑백 논리적 사고’와 같은 건강하지 못한 사고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나 자신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고 또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나에게 어떤 사고패턴이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