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링 게임(Labeling Game)’은 ‘2021년 트렌드코리아’ 10개의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살아가면서 점점 다양해지는 자신의 역할과 모습 속에서 “그렇다면 나는 정말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가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특별히 ‘레이블링 게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작년에 유행했던 ‘MBTI 성격검사나 꼰대 테스트 혹은 꽃이나 동물로 나 이해하기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어떤 라벨(너는 이런 사람이야)을 붙여 줌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때 오는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김치찌개를 유독 좋아하지만 큰 냄비에 서로의 수저를 넣으면서 떠먹는 건 싫어하고 또 코스요리처럼 한 가지 음식을 먹으면 그다음에 또 다른 음식이 나와서 먹고 그런 것보다 한꺼번에 모든 음식을 차려놓고 골고루 먹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음식과 관련하여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가는 겁니다.
나를 알아가는 작업은 나를 좀 더 세심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요. 뒤늦게 자신의 손재주를 알게 되었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수세미를 떠서 선물하는 일로 삶의 활기와 의미를 착은 분처럼, 자신의 재능이나 성격을 알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혹은 나에게 즐거움과 보람을 안겨 줄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을 정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나를 알아가다 보면 나를 이해하게 되고 나를 이해하게 되면 나를 보듬고 사랑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은 마치 가전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읽어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전기밥솥이나 오븐의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전기밥솥을 얼마든지 잘 사용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용설명서를 잘 숙지하면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나에게 중요한 물건일수록 사용설명서를 숙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입니다. 따라서 내가 주인공인 이 세상에서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더욱이 ‘레이블링 게임’처럼 자기를 알아가려는 노력은 비단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시니어들에게 꼭 필요한데, 그 이유는 우리는 그동안 나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먹고살기 위해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가족)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0이 지나 자녀들에 대한 양육이 어느 정도 끝나고 자녀들이 독립을 하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지지요. 인생주기로 보았을 때 자녀들 양육은 끝났지만 몸과 마음은 아직 젊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덕에 보너스로 주어진 시간도 길고요. 이 시간들을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깝잖아요.
이처럼 나이 50이 넘으면 아무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과연 잘 살아온 것인가?'라는 물음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가족’에게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나 자신과 주변 이웃들을 생각해 보는 여유도 생기게 되지요.
50+들을 만나면 막상 자기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려 집중하려고 하는데, 너무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 큰 20대 이상의 자녀들도 엄마에게 “이제 우리들 걱정은 그만하시고 이제 엄마의 인생을 사세요.”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시겠지요? 답은 바로 나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에 대한 사용설명서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시작해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나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하나씩 적어나가다 보면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나를 알아가는 기쁨도 그만큼 커질 겁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