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에서 지금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지 또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자신에 관해 설명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당당히 보여주지를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려고 애를 쓰는데, 그러니까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나의 감정과 욕구를 당당하게 표현하기보다 나에 대한 설명을 통해 나를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어떤 모임에서 식사를 하러 가기로 하면, 자신은 아무거나 다 잘 먹으니까 괜찮다며 자신을 설명하려고 듭니다. 그러면서 무조건 상대방에게만 맞추려고 하는데, 밑 마음에는 내가 음식을 선택하면 남들이 나를 건방진 사람으로 생각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잘난체하는 모습과 어투로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디에서든 목에 힘을 주고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겁니다. 그 이유가 작은 소리로 부드럽게 말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하찮게 볼까 봐 그런다는 사람도 있는데, 다른 경우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낫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는 심리학에서 자존감이라고 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에 대해 ‘이러이러하다’라고 생각하는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자화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런 자아상에 근거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내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지요.
자존감이 높을수록 남과 비교함 없이 자기 자신을 귀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할 겁니다. 이를테면 약속 시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상대방이 나타나지 않을 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친구가 왜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지 궁금하고 또 걱정돼서 이리저리 연락을 취해볼 겁니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이 친구가 나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이럴 순 없잖아.”라고 하면서 일단 마음이 상해버리지요.
실제로 필자가 어르신들을 만나거나 50, 60대의 은퇴자들을 만나면 자신이 과거에 어떤 직장을 다녔고 또 이룬 업적들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으시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을 알아달라는 것이지요. 자신의 과거 직업이나 업적을 상대방이 알아야 무시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건강한 자존감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존감이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건강한 자존감이 생겨나는데,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서 서로 공통점과 다른 점이 있지요. 공통점은 동물이나 식물이 아닌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서로의 재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흔히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고 질문을 하면, 주로 서로의 다른 점인 이름, 나이, 생김새나 성격 혹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가지는 자신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만 답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런 것들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모두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00기업 전무 홍길동입니다’ 보다 어쩌면 ‘나는 인간 홍길동입니다.’가 먼저입니다. 이 말은 내가 00기업 전무이기 때문에 귀한 사람이고 그래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귀하고 그래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남녀노소 아는 사이인지 모르는 사이인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만나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고 또 인사를 할 때는 고개를 숙이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 자신이 참으로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기뻐하며 감사할 때, 비로소 우리에게 건강한 자존감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을 느끼게 될 때 우리는 진심으로 나 자신을 존중하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무시하지도 않고 또 변명하듯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표현하고 또 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