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5.11 13:33

(27회) ‘두 가지 질문’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만든 목록’을 뜻하는 말입니다. 2008년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개봉된 후 ‘나만의 버킷리스트 행하기’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금까지 운동처럼 널리 퍼져 나가고 있지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인생의 기쁨을 찾기 위해 늦었을 때란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가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선 꼭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를테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원하는 일들의 목록은 ‘눈물이 날 때까지 웃기’, ‘낯선 사람 도와주기’, ‘영구 문신하기’, ‘스카이다이빙하기’ 그런 것들입니다. 이렇듯 두 주인공은 버킷리스트에 적힌 목록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안타깝고 슬프게 죽음을 맞이하는 대신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신나고 행복하게 채워갑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또 나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영화라 그런지 가슴에 와닿는 명대사도 많았는데요, 영화에서 자동차 수리공인 카터 챔버스가 억만장자인 에드워드 콜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고대 이집트인은 죽음에 대해 멋진 믿음이 있었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우리의 영혼이 천국의 입구에 다다를 때, 신은 두 가지의 질문을 한다네. 그리고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국에 갈지 아니면 지옥에 갈지가 정해졌다고 하지.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이고 두 번째 질문은 “당신이 살아온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라네. 그러자 에드워드 콜은 ‘당신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하는 첫 번째 질문에는 ‘Yes!’라고 대답을 했는데, “당신이 살아온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는 아무 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신이 저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과연 두 가지 질문에 ‘Yes!’라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에 잠겼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 그렇습니다. 이 두 가지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잖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기쁨을 얻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까지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삶이라면 그거야말로 행복하고 또 보람이 있는 삶이 될 겁니다.

여기서는 첫 번째 질문만을 다루려고 하는데,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맛있는 걸 먹을 때 기쁘다는 사람이 있고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할 때 기쁘다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들은 다양한데, 저는 특별히 ‘배움의 기쁨’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복지관에서 강의 중에 무슨 얘기를 하다가 커피믹스가 밥 한 공기의 열량에 해당한다는 말을 했는데, 어느 어르신이 그 후로 커피믹스를 끊었다며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 어르신은 식당에 가시면 자판기의 커피가 공짜라는 이유 때문에 먹고 싶지 않아도 식사 후에 꼭 드셨던 겁니다. 당뇨 약을 복용하고 계신 이 어르신은 커피믹스 열량이 그렇게 높은지 좀 더 일찍 알았다면 건강을 더 잘 챙길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복지관에 가서 특강을 했는데, 화성은 도농복합지역이라 그런지 도시 같지만 특강에 오신 분들 대부분이 평생 농사일을 하신 80대의 어르신들이셨습니다. 주제가 '잘 듣고 잘 말하기'였는데요, 그 강의를 들으신 어느 어르신이 저를 만나려고 남으셨습니다.
 
그리곤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저는 자식들 키우면서 칭찬 한 번 해준 적이 없어요. 만날 욕을 밥 먹듯이 해대고 야단만 치고 그랬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보니 자식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르신의 말에 공감하면서 위로를 한 후에, “어르신! 괜찮습니다. 그때는 몰랐으니 어쩌겠어요. 하지만 지금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후회하거나 속상해하시지만 말고 지금이라도 그 마음을 자녀들에게 표현해보시면 어떨까요? ‘엄마가 오늘 복지관에서 강의 듣고 너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욕을 밥 먹듯이 해대고 칭찬 한번 해주질 못했네. 그땐 너무 사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너희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몰랐던 거 같아. 미안하다. 이제라도 배웠으니 앞으로는 잘할게.’라고 표현해보시길 권했더니, ‘아, 그러네요.’하시면서 얼굴이 밝아지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배움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한 계속 배움이 필요하고 또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오늘부터는 소소할지라도 어떤 것을 통해 배우는 기쁨을 만끽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