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6.01 10:55 | 수정 : 2021.06.01 10:57

(30회) ‘나 대접하기, 어떻게 시작할까?’

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자녀들의 건강과 행복을 우선순위로 두는 시니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신중년’이라는 새로운 호칭에 걸맞게 자신들을 위한 계획도 빼놓지 않으십니다. 뭘 배워볼까? 어떤 일에 새롭게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들을 하시면서 나만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를 작성하는 분들도 있는데, 참으로 보기 좋은 변화입니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날마다 ‘나 자신을 대접하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시니어들은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엄청난 헌신을 하셨지요. 6.25전쟁과 보릿고개 다 겪어내시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도록 6,70년대 열심히 일하시며 그 기초를 닦아 놓으셨잖아요. 이제 그토록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칭찬해 주면서 나 자신을 대접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나 대접하기’ 그러면 나에게 돈을 많이 쓰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나에게 명품 가방, 혹은 값비싼 브랜드의 옷이나 신발을 선물해 주는 것으로 착각을 하시지요. 하지만 나에게 꼭 값비싼 어떤 것을 해주어야만 나를 대접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나를 대접한다는 것은 매일의 일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듯이 그렇게 나에게도 대해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집에 놀러 오면, 집안 식구들이 함께 사용하는 받침도 없는 머그잔에 커피를 획 타서 주지는 않잖아요. 싱크대 가장 높은 곳에 모셔둔 커피 잔을 꺼내고 거기다가 과일이나 쿠키도 정성껏 그리고 예쁘게 담아서 내놓지요.
 
그런데 나 자신에게는 어떤가요? 일례로 점심 식사를 혼자서 할 때 커다란 대접에 아침에 먹다 남은 음식들을 몽땅 넣고 쓱쓱 비벼서 드시지는 않는지요? 이왕이면 예쁜 그릇에 밥과 반찬을 담고 나를 위해 계란프라이라도 하나 덧붙여서 우아하게 먹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몸에서 상쾌함이 느껴지지요. 그리고 몸에서 이렇듯 기분 좋은 감정이 느껴진다면 나는 외모가 어떻든지 상관없이 나의 몸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사소한 것일지라도 내가 나를 잘 대접해 주면, 현재 나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이 어떻든 내가 곧 왕이요, 왕비가 되는 겁니다.

‘나 대접하기’, 오늘부터 당장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듯이, 보는 것만으로는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실천할 때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이지요.

물론 실천하는 것도 애를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 이런 시니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들딸이 좋은 운동화를 사드려도, 아끼느라 신지를 않으시니까 신발장에서 그만 이월 상품이 되고 말지요. 또 맛있는 떡이나 간식거리들을 선물 받으면, 드시지 않고 멀리 사는 아들딸이 오면 주려고 무조건 냉동실에 넣어두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걸 알았을 때 아들딸들의 마음이 어떨까요?

그렇다고 해서 자녀들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거 해다오!’, ‘저거 해다오!’ 하고 요구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런 건 자신을 위해주는 걸 이기적인 행동을 하라는 것으로 잘못 착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대접한다고 했을 때 중요한 건 바로 나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대접한다는 건 나 자신이 크고 작은 실수를 했을 때에도 나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듯 그렇게 나에게도 대해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친구가 실수를 하거나 사업을 하다 망했을 때는 우리는 친구에게 뭐라고 하나요? 친구를 나무라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넬 겁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늘 ‘그럴 수도 있지.’하면서 나를 위로하고 또 보듬어준다면 혹 주변에 나를 위로하는 이가 없어도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겁니다. 고미사(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를 다른 사람들에게만 외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늘 해주면 어떨까요?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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