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8.17 10:56 | 수정 : 2021.08.17 10:59

(11회) 감동일기

삶의 과제 중 하나는 나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 무언가를 배울 때 젊어서 보다 더 크게 기쁨을 느끼게 되죠. 늦은 배움의 기쁨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쫓기듯 내달려온 삶에서 놓쳤던 것이나 내 안에서 잠자고 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으로부터 오는 것이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식을 키울 때는 몰랐던 육아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손주들을 돌봐주며 새롭게 깨닫고 느끼게 됩니다. 은퇴 후 여가활동을 하면서 잊고 살았던 욕구와 숨은 재주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바빠서 보지 못했던 나 자신과 주변의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양파껍질 벗기듯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늘어납니다. 진작 알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도 있지만, 이제라도 알고 배우게 되니 기쁘고 감사하죠. 니체가 말한 ‘새로운 목표와 삶의 이유를 찾으며 진정으로 즐기는 아이의 삶’이 이런 건가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제공=차봉숙

불어에 자메 뷰(Jamais vu)라는 말이 있는데요, '결코 본 적이 없는(never seen)'이라는 뜻으로 한자어로 옮기면 미시감(未視感)이라고 합니다. 미시감은 이미 봐왔던 거지만 처음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매일 오가는 거리에서 못 봤던 간판의 문구를 어느 날 문득 발견한 것 같은 경험처럼요. 그 문구는 늘 그곳에 적혀 있었는데도 말이죠. 내 안의 것을 새롭게 배우는 일은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되면서 ‘왜 내가 이걸 몰랐지?’ ‘와! 이런 것도 있었네’라는 호기심 어린 감동이 따라옵니다.

감동이 있으면 배움의 기쁨이 더 커지죠. 감동은 삶의 무기력함을 떨치고 감사로 이어지는 인생의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통해서, 자연과 사람으로부터 또는 음악이나 미술, 영화 등의 예술을 통해서 뜻하지 않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어쩌다 한 번 느끼는 큰 행복보다 자주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인생을 풍요롭게 하듯 감동도 강도보다 빈도가 더 중요합니다. 작은 것으로부터 자주 감동하려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동을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받은 감동을 꾸준히 쓰다 보면 감동의 순간을 재경험할 수 있고 감동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죠. 그러면서 또 다른 숨은 감동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진영씨는 감동 일기를 쓰고 있는데요, 그 일부를 소개합니다.

*감동받았을 때 나왔던 감탄사를 쓰면서 소리와 함께 그때의 표정과 몸짓을 재연해 보세요.
 감동을 느끼는 몸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건강에 유익하답니다.
*사진이나 그림을 첨부하면 감동의 순간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어요.

차 봉 숙 (무용동작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