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스스로 해야 할 질문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을까?”
여기 시간에 쫓겨 일하면서도 미래를 불안해하던 부부가 있다. 아내는 가능한 한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을 설명합니다’라는 광고 옆에서 자신을 설명해주는 더 크고 으리으리한 집을 위해 기계적으로 돈을 안 썼다. 남편은 들어오는 강연, 원고 청탁 등의 기회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가지 못하고 지쳐버렸다.
‘나는 왜 이 짓을 하지? 조산 위기까지 겪으며 악착같이 돈을 벌고 있는 거지? 나도 남편도 육아휴직하기 좋은 여건인데 왜 큰 아이는 어린이집 종일반에 있어야 하지?’
부부는 스스로 되물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부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온 가족이 핫케이크를 구워 먹고 저녁에는 같이 산책을 하며 주말에는 집 근처 바닷가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을. 하지만 정작 부부는 시간을 핑계로 시간을 버리고 있었다. 행복을 미래로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그리고 백발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행복하고 싶어서
나는 최적의 삶을 연습합니다
부부는 먼저 편하게 살고 싶어서 집밥을 하기로 결심했다.
집밥은 삶에 여유가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리트머스지다. 하루를 점검해보면 힘든 날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 아이들과 지나치게 열심히 논 날, 남편이 외부 강의 다녀오느라 독박육아한 날 진이 빠졌다. 외식하고 싶은 날은 어떤 이유에서건 힘든 날이다. 그럴 때는 외식을 할 게 아니다. 외식을 하게 만든 원인을 손봐야 한다.
-요리를 못할 정도로 피곤한 하루는 피하고 싶습니다.
집은 적당히 깨끗하게 유지하고, 집밥은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영양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만 준비했다. 육아에 진이 빠지면 아이들과의 놀이에서 한 발 빠졌다. 그렇게 집밥을 기준으로 다른 노동을 줄였다. 이 밖에도 고작 하루 5분 앉아 있는 화장대, 양말 세탁기로 전락한 아기 세탁기, 아이들이 찾지 않는 장난감 등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중고장터에 모두 팔았다. 4인 가족 하루 식비 1만 5,000원에 맞춰 필요한 것만 장을 봤다. 할인 유혹에 넘어가 더 사지 않기 위해 신용카드도 잘라버렸다.
부부는 필요한 것만 남긴 이후로 시간이 생겼다. 무급휴직을 택해야 했을 정도로 바빴던 삶의 속도를 그제야 늦출 수 있었다. 그리고 자립했다. 당당히 본인들의 의지로 휴직을 연장하고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최적의 삶을 연습한 덕분에 세상에 대한 무한한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일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복에 가까이 다가갔다. 오늘을 위해 미래를,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삶을 권한다. 만족 지연의 ‘열심히 일해서 많이 버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최적의 삶’을.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지구를 지키는 생활철학, 미니멀리즘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에 담긴 작가의 미니멀리즘 실천 영역은 다양하다. 단순히 필요 없는 물건을 없애는 것을 넘어서 집안일, 돈, 꾸밈, 환경, 타인의 시선 등에 관한 다채롭고도 깊이 있는 고민을 담고 있다.
#1 하루 5분 앉아 있는 화장대를 버렸다. 나에게 화장은 감정 소모가 심한 노동이었다.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 아니라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출근길이든 카페든 대형마트든 어디로 가더라도 화장을 선택한다. 그렇게 가진 것이 줄어들고 하지 않을 자유가 생겼다.
#2 나에게 주식은 노동이다. 사고파는 방법이나 그래프 해석 등에 대해 공부해야 할뿐더러 주식 현황판에 환호와 실망을 반복하게 되는 노동이다. 어린 두 아이를 양육하는 나에게는 내 시간이 목마르다. 여기에 주식 노동까지 이어진다면 고되고 지쳐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돈 걱정은 되지만 시간을 선택했다. 필요 이상의 노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책도 푸지게 읽고 새벽에는 글도 쓰며 산다.
#3 쇼핑은 투표다.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확실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내가 오늘 산 물건’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쇼핑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에게 투표한다. 소비자인 우리가 기후위기가 신경 쓰여 더 이상 욕망대로 사지 않고 있으니, 우리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착한 상품들을 생산해달라는 목소리다.
미니멀리즘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생활철학이다. 자신에게 그동안 피로감을 주던 생활 방식을 바꿔주고 소비주의, 기후위기 등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온전히 나답게 살아갈 자유를 준다. 공간의 여유를 늘려주고, 통장의 잔고가 늘어나는 것은 덤이다.
작가 최다혜는 말한다. “하지 말지 선택하려면 안 해도 괜찮은 상태를 경험해봐야 한다”라고. 이 책을 통해 삶이 바뀐 한 가족의 이야기를 바라보면서 미니멀리즘을 한번 경험해보길. 특히 점점 사라져만 가는 공간의 여유, 재택근무를 하는 와중에 눈에 계속 보이는 집안일, 점점 버거워져만 가는 인간관계 등이 고민이라면, 무엇보다 삶의 방식을 바꿔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