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경우 고독사만이 아니라 치매로 인한 안타까움도 종종 발생합니다. 사실 치매는 그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일 때만 알게 되어도 약이나 인지 활동을 통해 치매가 진행되는 걸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 있는데,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경우 치매가 많이 진행되고 난 후에야 알게 되니까 가족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자녀들이 한 달에 한두 번 찾아올 때는 부모가 치매인지 아닌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매 부모를 모신 자녀가 가장 화나는 일은 형제들이 가끔 와서 한다는 말이 “어머니 괜찮으신데!”, “이 정도면 양호하시네!”라고 하면서 아직 치매는 아니시라고 우기는 거랍니다.
물론 일주일에 여러 번 온다고 해도 잠을 자면서 장시간 살펴보는 것이 아니고 와서 잠시 있다가 가면, 이런 경우도 부모가 치매인지 아닌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부모가 경로당에 있는 텔레비전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일이 생기거나 아니면 화투를 치시다 돈을 꾸기도 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꾸고도 안 꾸었다고 소리치며 싸우다가 결국 가족들에게 알려지게 되지요.
우리는 부모님을 나 자신이 언제고 기댈 수 있는 그러니까 늙지도 않는 어머니·아버지로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 부모 중 한 분이 치매에 걸리거나 아니면 거동이 불편해져서 일일이 챙겨 드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동안 잘 섬겨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급작스럽게 관심을 두게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교육을 받고 그러는 것처럼, 자녀들도 부모님을 잘 돌봐드리기 위한 교육을 받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100시대라 그런지 치매에 걸리는 분들이 늘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어느 교수님은 앞으로는 치매를 발달단계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말씀까지 하셨는데, 이 말은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신 자녀에게는 치매가 어떤 병인지, 치매를 진단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라는 뜻이겠지요. 더불어 노년기에는 심리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나타나는지,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도 알아두면 좋을 겁니다.
물론 자녀들만 애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부모들도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씁니다. 특히 베이비붐 이전 세대들은 낀 세대로 호된 시집살이도 해봐서 그런지 자녀들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됐다. 너희들만 잘 살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하는데요, 자식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부모의 생각이 어느 경우에는 더 큰 폐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보다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우리가 눈이 나빠서 바늘구멍에 실을 꿰지는 못하더라도 실을 꿴 바늘을 준비해드리면 바느질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서로 소통을 잘 할 때 부모 사랑, 자녀 사랑이 더욱 온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