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을 말해주는 심리 이론이 있는데, 바로 ‘부정성 효과’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평가할 때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둬서 정보를 처리하는 현상을 말해요. 다시 말해 상대방에게서 어떤 부정적인 정보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다른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둬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다 보니 99가지 장점보다 1가지의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서로 기분 좋게 식사를 하다가도 상대방이 자신의 입에서 침이나 밥알이 튀어나오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얘기하는 걸 보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부정적인 면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크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열 번 잘하다가 한 번 실수하면 신용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말이 생긴 거 같아요. 실제로 관계가 좋았던 이웃이나 친구 혹은 직장동료가 어떤 실수를 하면 급격히 관계가 나빠지거나 아니면 아예 관계가 단절되기도 하는데요, 관계만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향해 ‘그 사람 겉보기와 너무 달라.’ 하면서 온갖 좋지 않은 추측들을 자신도 모르게 덧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이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크게 보려는 ‘부정성 효과’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일도 종종 있지요. 배달 음식을 시켰는데 그날따라 음식이 늦게 왔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사람은 그 음식점 리뷰를 할 때 음식이 항상 늦게 배달되는 것처럼 글을 다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런 댓글을 본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하고 또 화가 나겠어요?
어느 60대 여성은 고등학교 때 매일 깨워주던 엄마가 딱 한 번 늦게 깨워주었는데, 엄마가 그날 늦게 깨워서 허둥댔기 때문에 학력고사(수능시험)를 잘 못 봤고 그래서 자신의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노라고 하면서 평생 엄마를 원망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종종 볼 수 있는 예를 한 가지만 더 들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봤는데, 다 잘 봤어요. 단 한 과목 ‘과학’만 빼고요. 그럴 때 어떤 학생은 시험 전체를 망친 것처럼 속상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지요. 또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열 번 이상의 칭찬을 받았지만 단 한 번의 꾸지람을 듣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도 ‘부정성 효과’입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을 따라다닌다.’는 드라마 대사가 어쩌면 ‘부정성 효과’라는 심리 이론을 잘 표현해 준다는 생각이 드는데, 맞습니다. 감옥에 다녀온 전과자라고 해서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무리 뉘우치고 잘 살아 보려고 해도 사람들이 자신들에게서 전과자라는 사실만 크게 보니까, 그 시선 때문에 다시 죄를 짓게 되고 그래서 또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좀 더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런 부정적 성향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꼭 기억하면서 앞의 사례에서 아들의 단점을 뒤집어 장점을 찾아낸 것처럼,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우리의 인간관계는 훨씬 만족스럽고 또 기분 좋은 관계가 될 겁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