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03 10:10 | 수정 : 2021.12.03 10:17

(36회) 내가 만든 습관이 나중에는 ‘나’를 만들어간다

흔히들 ‘아들이 취업하면~’, ‘부채 문제가 정리되면~’, ‘부모님을 누가 모실지 결정이 되면~’ 행복할 것처럼 말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어떤가요?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다시 말해 끼니 걱정으로 고통스러운 사람은 그 고통이 커서 다른 문제들, 이를테면 ‘부부가 정서적인 이혼 상태로 사는 문제’라든지 ‘자녀가 방황하며 힘들어하는 것’과 같은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뿐입니다.
 
그런 연유로 아주 오래전부터 철학자들은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며 고통을 삶의 일부분으로 보았는데, 맞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나이만큼이나 삶의 무게가 무겁고 또 나이 들수록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 몸소 체험합니다.
 
“이 세상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나밖에 없다.”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러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좋은 태도와 습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들이 공무원 시험을 보는 당일, 일이 생겨서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든지 아니면 어느 날 남편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칩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린아이처럼 길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쓰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당연히 안 되겠지요. 봄여름 가을 겨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나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바꿀 수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 태도를 바꾼다는 말은 지금 벌어진 상황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나아가 그런 긍정적 태도(마음가짐)가 행동으로 표현되게 하고 그래서 그런 행동의 반복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반복된 행동으로 인해 몸에 밴 습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치매 어르신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치매 어르신들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지언정, 살아오면서 말과 행동을 통해 반복된 몸에 밴 습관은 계속 지속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거실이나 화장실을 비롯해 집안에 불이 켜져 있으면 어떻게 아셨는지 얼른 알아채시고 끄는 치매 어르신도 있고 먹을 것을 드리면 당신 몫으로 드린 것이지만 늘 옆 사람에게 나눠주는 분도 있습니다. 또 식탁 앞에서 수저를 들기 전에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으는 분도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상의 대부분 행동은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습관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것처럼 몸에 밴 습관들이 치매 어르신들이 어느 정도의 삶을 지탱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아요. 이처럼 치매 때문에 사령탑이라 불리는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도 몸에 밴 습관은 삶을 계속 이어가도록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긍정적 태도와 습관이 몸에 배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어떤 습관들이 있을까요? 혹 치매가 와도 남들이 보고 미소 지을만한 습관이 있으신지요? 아무리 작은 습관이라 할지라도 어떤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형성된 습관은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닙니다. 아무리 떼 버리려고 해도 쉽게 떨어지지 않지요. 그런 이유로 존 드라이든은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들어 간다.’고 한 것 같습니다.

일례로 담배를 끊는 것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도 우리가 습관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담배를 피우기 전에 반복된 행동이나 상황들 즉 ‘직장에 출근해서’ 혹은 ‘점심을 먹은 후에’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저절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강렬히 올라오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부닥칠 때 어지간한 의지력을 갖지 못하면 또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내가 만든 습관이 내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처럼 습관이 오래되면 그 습관은 나의 일부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반복된 행동으로 인해 생긴 습관의 문제는 ‘나 자신의 인생’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니까 남편이나 아내의 습관이 상대 배우자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또 부모의 습관이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양말을 벗어서 아무 데나 던져두는 걸 보고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 벗을 때 뒤집힌 양말을 똑바로 다시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휴 미실다인은 <몸에 밴 어린 시절>이라는 책을 통해 부부생활에서 원 가족 부모의 영향이 습관을 만들 정도로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부부생활은 한 침대에서 부부와 부부의 양쪽 부모 그렇게 6명이 함께 생활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렇듯 막강한 습관의 힘을 깨달았으니 이제 좋은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도록 마치 풀숲에 길을 내는 것처럼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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