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새해 인사의 단골 레퍼토리는 ‘새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와 함께,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바로 이 두 가지일 텐데요. 건강하려면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고, 또 건강하기 위해 노력도 하시지요.
그런데 행복에 대해선 어떤가요? 행복도 건강처럼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건데, 행복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어르신들은 ‘행복해라’,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보다, ‘복을 지어라’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어요. 마치 한 코 한 코 뜨개질을 하듯이, 매일매일 복을 짓다 보면 행복이라는 옷을 입게 된다는 거지요.
그럼 복은 어떻게 지을까요? 복을 짓는 가장 기본은 바로 현재에 집중하기입니다. 과거에 붙들려 속상해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에 감사하면서, 자연이 그러하듯 나 자신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거지요.
자연은 겨울에 잎이 떨어질 것을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봄에 새싹을 틔우지 않잖아요. 봄이 오면 열심히 싹을 틔우고, 여름이 되면 열심히 무성해지고, 가을에는 가장 아름답게 단풍 들다가, 겨울에는 장렬하게 잎을 떨굽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연처럼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해야 해요.
그리고 그렇게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을 일궈내자면. 소망을 갖고 계획을 세워서 나 자신을 응원할 필요가 있는데요. 새해 소망은 남녀노소 누구나 갖는 거지만, 새해 계획은 그렇지 않지요.
젊었을 때는 지키지 못하는 게 문제지, 뭔가 배우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배우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에 관한 계획들을 많이 세우지만, 나이 들어 왠지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면, 새해 계획을 잘 세우지 않게 됩니다.
‘내가 이 나이에 그거 배워서 뭐에 쓰겠어?’, ‘내가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 이런 초라한 생각이 앞서니까요.
하지만 지내놓고 보면, 어찌 됐건 그래도 계획을 세우고 지낸 한 해가, 좀 더 노력하면서 보낸 한 해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에서 세우는 목표는 너무 크지 않은 게 좋습니다. 목표가 너무 크면 실패로 이어지기 쉽고요, 그런 실패가 거듭되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나중에는 아예 그 목표를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에게, 겨우 그게 목표야?’ 할 만큼 실현이 쉬운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면 달성하기 쉽고요, 그런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 자신감과 자부심이 커지면서,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됩니다.
가령 올해 계획에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 30분 걷기 운동이나 30분 체조 등을 꼭 넣어 보세요. 만약 자신의 성향을 스스로 파악해서 30분도 처음엔 잘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싶으면, 과감히 그 시간을 줄여서 10분으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 세운 계획을 내가 실천했다는 성취감과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로 인해 자존감의 상승을 느끼는 거니까요.
그리고 중년 이후에는 새해 소망과 계획에 꼭 사랑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이미 사랑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지 오랜 사이에, 그야말로 ‘가족끼리 왜 이래?’라고 하면서, 애정표현을 기피하게 된 부부들도 많으실 텐데요. 그러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사는 거예요. 부부 사이니까 시시때때로 포옹도 하고, 쓰다듬고, 입도 맞추고 그럴 수 있는 거지, 남과 그러면 성폭행이나 불륜이 되는 거잖아요.
새해에는 모두 안녕하시고, 부부들은 다시 신혼 같은 사랑을 꿈꾸고, 싱글이라면 다시 불타는 사랑을 꿈꾸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KBS 3라디오 '출발멋진인생 이지연입니다'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