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공지능 말벗시대
예전에 경상도 사나이가 일하고 집에 왔을 때 딱 세 마디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요.
“아는?”(아이는?) “밥도!”(밥줘!) “자자!”(잠자자!)
실제로 그렇게 가족 간에 대화가 없다면 그 부작용이 엄청날 텐데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집에 혼자 있으면 한 마디도 대화를 하지 않게 되니까, 그렇게 세 마디 말이라도 해주는 이가 있다면, 살면서 훨씬 온기를 느낄 거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요즘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인공지능 스피커나 인공지능 스피커나 인공지능 로봇이 말벗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와 신기하다’, ‘대견하다’ 하다가도 그야말로 누가 기계 아니랄까봐, 매일 감정 없는 말투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면 역시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젠 인공지능이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이용해서, 어르신 안부 확인뿐 아니라, 자유로운 대화까지 가능한 서비스가 시작됐다고 하지요. 게다가 위급한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올 수 있는데, 사투리까지 인식하는 기능을 갖췄다니, 어르신들로서는 멀리 있는 자식보다 든든한 존재라고 하십니다.
문득 2000년대 초반에 한창 유행했던 개구리 유머 시리즈 가운데 ‘할아버지와 개구리’라는 유머가 생각납니다. 어쩌면 아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늙은 나무꾼이 나무를 베고 있었다.
개구리 : 할아버지!
나무꾼 : 거, 거기… 누구요
개구리 : 저는 마법에 걸린 개구리예요.
나무꾼 : 엇! 개구리가 말을??
개구리 : 저한테 입을 맞춰 주시면 사람으로 변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어요.
저는 원래 하늘에서 살던 선녀였거든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개구리를 집어 들어 나무에 걸린 옷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개구리 : 이봐요, 할아버지! 나한테 입을 맞춰 주시면 사람이 돼서 함께
살아드린다니까요!
나무꾼 : 쿵! 쿵! (무시하고 계속 나무를 벤다)
개구리 : 왜 내 말을 안 믿어요? 나는 진짜로 예쁜 선녀라고요!
나무꾼 : 믿어.
개구리 : 그런데 왜 입을 맞춰 주지 않고 나를 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거죠?
나무꾼 : 나는 예쁜 여자가 필요 없어. 너도 내 나이 돼 봐.
개구리와 얘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지.’
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가리켜 ‘고령화 사회’라고 하는데요. 이 유머는 2000년에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7.2%로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고령화 사회가 된 모습을 촌철살인으로 지적한 거였습니다. 이 유머가 인공지능 서비스 덕에 20년 만에 현실이 되었네요.
요즘은 부부가 함께 살아도, 또 가족들이 시끌벅적하게 살아도, 실상 서로의 깊은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경우는 드문 집들이 많은데요. 진정한 대화가 없으면 부부가 함께 살아도, 가족들이 시끌벅적하게 살아도 혼자 사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그런가 하면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지인을 만나 얘기를 나눌 때, 서로 당신 얘기만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분명 형식은 대화지만, 마치 평행선처럼 각각 자기 할 말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화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거니까요.
그러니 앞으로는 이렇게 대화 아닌 대화를 하는 부부, 가족, 친구, 지인들 대신, 인공지능 서비스가 더 환영 받는 시대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특히 입만 열면 복장을 긁는 배우자보다는, 이런 인공지능 서비스가 더 사랑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KBS 3 라디오 '출발멋진인생 이지연입니다'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