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얼굴 근육짱, 미소가 아름다운 그대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사람들의 입모양을 볼 수 없는데요. 코로나시대 이전에 지하철을 타서 자리에 앉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무표정이고 마치 화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피부에 탄력이 있기 때문에 무표정으로 있어도 볼도 탱탱하고 입꼬리가 처지지 않아서 화난 것처럼은 안 보였는데요. 중년 이상된 분들은 하나같이 입꼬리가 아래로 끌어내려 당겨진 것이, 근엄함과 심술궂음을 넘어 화난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아마 지금도 마스크를 내리면 중년 이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표정일 거예요.
물론 나이 들면 피부가 처지고 입꼬리도 내려가게 되는 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그것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미소를 지을 때 사용되는 얼굴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얼굴에는 80개의 근육이 있는데,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퇴화해서, 얼굴 전체 라인이 흐트러지고 처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굴 근육 중에서도 웃을 때 사용하는 근육이 17개 정도라고 하는데, 이 근육을 잘 쓰지 않아서 퇴화하면 그렇게 무표정으로 있어도 화난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겁니다.
한편 얼굴 근육을 쓰면서 활짝 웃자니, 눈가와 입가에 주름이 지는 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주름질까봐 젊었을 때처럼 활짝 웃지 못한다고도 하는데요. 그러면 미소를 지을 때 쓰는 근육을 쓰지 않아서 오히려 얼굴이 더 쉬 늙게 됩니다. 볼이나 눈가에 보톡스를 맞고 처진 입꼬리를 입안에서 실로 당겨 올리는 등 젊어 보이려고 현대의학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소 짓고 표정을 아름답게 만드는 얼굴 근육은 힘이 떨어지고 퇴화됐기 때문에, 그렇게 해봤자 젊어 보이는 효과는 오래 가질 못합니다. 더욱이 그런 경우는 우리 피부 세포나 근육이 손상돼서 자연스럽게 노화할 때보다 더 빨리 늙게 되고, 표정도 어색하게 짓게 됩니다.
요즘 100세 시대를 맞아 ‘근육 저축’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전문가들은 ‘근육 저축’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노후대비책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강조합니다. 40세만 넘어도 근력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감소가 일어나게 되고, 중년 이후에는 해마다 근육이 1%씩 줄어서 60세 이상은 약 30%, 80세 이상은 약 50%의 근육 손실을 보이게 된다고 하지요. 그리고 근육이 손실되면 일상생활에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힘들 뿐 아니라, 각종 질병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고 하는데요. 신체 근육뿐 아니라 얼굴 근육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요즘에는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근육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자연적인 단백질 식품뿐 아니라, 단백질 파우더를 따로 챙겨 먹기도 하고, ‘스쿼트’(양발을 좌우로 벌리고 발바닥을 지면에 밀착한 채로 등을 펴고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는 하체 운동)나 ‘런지’(다리를 앞뒤로 벌린 상태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운동), ‘플랭크’(엎드린 상태에서 발가락과 팔로 몸을 지탱해서 몸을 어깨부터 발뒤꿈치까지 일직선이 되도록 유지하는 코어운동) 등의 근력운동을 틈틈이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는데요. 얼굴 근육을 예쁘게 유지하기 위한 미소 짓기 운동을 빠뜨리면, 배에 ‘왕 자’ 그리기는커녕, 힘주다가 이마에만 ‘왕 자’가 새겨지면서 자칫 얼굴은 더 늙어 보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철철이 또 절기마다 보양식을 잘 챙겨 먹어서, ‘몸에 좋다면 뭐든 다 먹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고, 특히 나이 들수록 먹는 것에 있어서는 몸에 좋다는 걸 열심히 챙기는 편인데요. 정작 몸에 정말 좋다는 웃음은 잘 웃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수없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웃음이 건강에 좋은 이유들은 이미 과학적으로 많이 입증이 됐습니다. 웃으면 우선 엔돌핀이나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고, 코르티솔이나 에피네프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억제된다고 합니다. 또 심혈관이 강화되고, 진통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시대에서는 면역력이 정말 중요한데, 웃음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감염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수많은 좋은 효과들이 있다고 하지요.
그러니 동심으로 돌아가 크게 많이 웃으시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은 하루 평균 300번 웃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많이 웃으라고 하니까, ‘웃음이 나와야지 웃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오죽하면 어르신들이 하도 웃지 않아서 ‘웃음 치료사’라는 분들이, 복지관에서 웃음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그런데 그 웃음치료사들이 하는 말이 ‘웃으면 웃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엔 아주 어색하고 이상하겠지만,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서 웃기 시작하면 자주 웃게 되고, 그러면 습관처럼 잘 웃게 된다고 합니다.
웃는 데 큰 힘이 드는 것도,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우리 웃음에 인색하지 말도록 해요.
-KBS 3 라디오 '출발멋진인생 이지연입니다'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