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11 10:12 | 수정 : 2022.05.11 10:20

<중년을 넘어선 그대에게 띄우는 안부편지>

19. Love is touch, Touch is love

1970년에 발표된 존 레논의 1집 앨범 Plastic Ono Band의 7번 트랙이면서, 1982년에 싱글로 발표된 노래가 바로 'LOVE'인데요. 80년대 초에는 이 노래가 라디오뿐 아니라 대학가 다방에서 무척 많이 흘러나왔습니다.

당시 한창 미팅을 하면서 사랑을 하고 싶어 하던 청춘들은, 이 노래가 마치 사랑을 가르쳐주는 교과서 인양 시적(詩的)인 가사를 곱씹으면서 남몰래 전율하곤 했지요.

Love     - John Lennon

Love is real, real is love
사랑은 실재하는 것, 실재하는 것이 사랑. 

Love is feeling, feeling love
사랑은 느끼는 것, 느끼는 것이 사랑.

Love is wanting to be loved
사랑은 사랑 받기를 원하는 것.


Love is touch, touch is love
사랑은 만지는 것, 만지는 것이 사랑.

Love is reaching, reaching love
사랑은 다가가는 것, 다가가는 것이 사랑.

Love is asking to be loved
사랑은 사랑 받기를 요구하는 것.


Love is you, you and me
사랑은 너, 너와 나

Love is knowing we can be
사랑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Love is free, free is love
사랑은 자유, 자유는 사랑.

Love is living, living love
사랑은 살아 있는 것, 살아있는 사랑.

Love is needing to be loved
사랑은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것

당시 청춘들은 이 가사 중에서 특히 ‘Love is touch, Touch is love'라는 가사를, 글자 그대로 섹시한(성적(性的)인) 신체적 접촉으로 받아들여서, 그 부분을 듣고 부를 때 왠지 모를 묘한 흥분에 휩싸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보니 ‘Love is touch, Touch is love’에서, 청춘시절에 온통 집중하던 섹시한(성적(性的)인) 신체적 접촉은 그야말로 유통기한이 몇 년 되지 않는 사랑의 일부분이고, 사랑으로서 접촉하고 만지는 의미는 참 깊고 넓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 사랑하는 연인, 부부, 가족 사이에서는 일상에서 ‘Touch(신체적 접촉)’가 쉴 새 없이 일어납니다. 가령 얼굴에 뭐가 묻으면 닦으라는 말 대신 내가 직접 닦아주고, 어디를 갈 데도 손을 꼭 잡거나 팔짱을 끼고 가고, 등이 가렵다고 하면 옷 속으로 손을 넣어서 시원하게 긁어주고,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어깨를 주물러 주고, 종아리가 아프다면 종아리를 주물러 주고...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이런 신체적인 접촉들이 당연하게 이뤄집니다.. 만약 남한테 그러면 성추행이 되겠지요.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신체적 접촉은, 마음을 참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줍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안아주고 업어주고 뽀뽀해주고 손잡고 다독여줄 때 기억나시나요?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면서, 세상을 다 얻은 듯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했지요. 그리고 이제는 거꾸로 나이 든 부모님을 자식들이 안아드리고, 뽀뽀하고, 손잡아 드리면, 부모님은 그 사랑의 힘으로 건강을 지키십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코로나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오는 22일까지 노인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한시적 접촉면회가 허용됐는데요. 오랜만에 만나는 어르신과 자녀 분들이 손을 꼭 잡고, 얼굴을 쓰다듬고, 서로 끌어안고 토닥이는 모습을 보니까, 참 따뜻하다못해 눈물겨웠습니다. 어르신과 자녀 분들은 비접촉 면회만 허용되던 지난 5개월여 동안에는 면회를 해도 면회한 것 같지가 않았는데, 이제야 좀 제대로 된 면회를 하는 기분이 든다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그만큼 신체적 접촉이 사랑을 표현하고 느끼는 참 중요한 수단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흔히 과학이 발달해서 알약 하나만 먹고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세상이 되어도, 인간의 본능적인 식욕 때문에 전통 그대로 음식을 해서 먹는 방식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말들을 하는데요. 애정표현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인간은 손잡고 만지고 쓰다듬고 뽀뽀하고 끌어안고 이런 신체적인 접촉을 해야 마음의 안정과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비대면 비접촉으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거지요.

1993년에 개봉됐던 ‘데몰리션 맨’이라는 SF영화도 그런 점을 간파했습니다. 수십 년간의 냉동 생활을 끝낸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과 미래 인간 레니나(산드라 블록)가 처음에는 전자장비를 이용한 정신적 가상섹스를 하다가, 결국 원초적인 대면 접촉방식이 좋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가정의 달, 사랑하는 가족과 신체적 접촉, 'Touch'를 많이 하시면 좋겠습니다. 

-KBS 3 라디오 '출발멋진인생 이지연입니다' 방송작가 권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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