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감동이야
아기들은 엄마아빠가 ‘까꿍’하기만 해도 좋아서 까르르 까르르 웃구요, 사춘기 시절에는 소위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즐거워서 깔깔댔구요, 청춘시절에는 장미 한 송이, 사랑하는 이가 부르는 노랫소리에도 마음이 따뜻하고 촉촉해져서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감동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개그 프로그램을 봐도 별로 웃기지 않고, 좋아서 깔깔대는 청소년들을 보면 같이 좋아서 웃게 되기 보다, ‘좋을 때다’ 하면서 왠지 서글픔이 밀려들지요. 또 남편이 꽃다발을 사오면 감동은커녕,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으로 힐난합니다.
“먹을 거 사오지, 이런 걸 왜 사와?”
남편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내가
“우리 근사한 데 가서 밥 먹을까?” 슬쩍 운을 띄우면서 분위기를 잡는데
“난 당신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라면서 입을 막아버리거나,
“괜히 그런 데는 값만 비싸. 그냥 집에서 밥 해 먹어” 이럽니다.
어쩌다 한 번 손에 물 묻히기 싫어하는 아내에게
“그래, 오늘 당신이 맛있어 하는 것 먹자, 뭐 먹고 싶어?”
이러면 아내가 얼마나 감동하겠어요?
사실 감동을 주는 것은 별 게 아닙니다. 내 마음만 감동에 대해 열려있고 준비돼 있다면 조그만 것,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마치 아기들처럼, 사춘기 청소년처럼, 그리고 사랑에 빠진 청춘들처럼 쉽게 감동하게 됩니다.
실제 개그맨들이 제일 웃기기 힘든 사람들이 ‘자, 어디 한번 웃겨봐라’ 하는 태도로 팔짱끼고 앉아있는 중년 이상의 관객들이라고 해요. 개그도 소위 웃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한테 빵빵 터진다고 하는데요. 가령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서, 어떻게든 많이 웃어보려고 하는 연인 관객들은 별 것 아닌 개그에도 ‘하하호호’ 자지러지듯 넘어간다는 거지요.
그러고보면 그나마 마음이 비교적 닫혀 있는 분들도 비교적 쉽게 감동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어르신들이 외국 여행 다녀오시면, 그 얘기를 한 몇 년 화제로 삼으신다고 하세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저 얘기야?’ 하면서 지겨울 수 있지만, 그 얘기를 하시는 어르신들은 눈빛이 반짝반짝 생기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만큼 외국여행은 당신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나 자신을 위한 큰일이었기 때문에 감동적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나도 외국여행 갔던 추억을 떠올리면 일상에 활력소가 되는 거겠지요. 그만큼 일상에서 나를 위해 선물 같은 일을 해서, 나 자신을 감동시키는 게 참 중요합니다.
흔히 하루 중 몇 번이나 웃고 사느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여기에 더해 전 요즘 하루에 내가 몇 번이나 감동을 하면서 살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린이들은 모든 것들이 생전 처음 접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말끝마다 ‘와~’ 하면서 감동을 많이 하지요.
반면에 우리들은 어떤가요? 늘 보고, 늘 듣고, 늘 접하는 것들이다 보니,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감동할 줄 모르게 되진 않았나요?
나이 들어도 감동을 많이 하면 아이들처럼 세상이 즐거워지고, 활기차고, 나아가 감사하는 마음도 커지게 됩니다.
오늘 한번 작정하고 감동을 많이 해보세요.
차를 드실 때도 오늘 처음 이렇게 맛있는 차를 마시는 것처럼 ‘와~ 맛있다!’,
노래를 들을 때도 ‘와~ 좋다!’,
누가 조금만 친절을 베풀어도 ‘와~ 감사합니다!’ 이렇게요.
그러면 저절로 내 인생이 감동으로 채색된 풍부한 인생이 되는 겁니다. 감동적인 인생 만들기, 참 쉽지요?
참 여기에 감동 잘하는 팁(tip) 하나 더 말씀드릴게요. 춤을 출 때 힘을 빼야 동작이 제대로 된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마음도 힘을 빼야 감동을 잘 할 수 있습니다.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