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설운도씨 노래 가운데 ‘다함께 차차차’라는 게 있지요.
♬ 어차피 잊어야 할 사람이라면 돌아서서 울지마라 눈물을 거둬라
내일은 내일 또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거야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슬픔을 묻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
잊자 잊자 오늘만은 미련을 버리자 울지 말고 그래 그렇게
다함께 차차차
우리나라 트로트 가요 중에는 가사에 우리 인생살이가 함축돼 있는 게 많습니다. 트로트 가요를 성인가요라고 부르는 것도, 인생의 쓴맛, 단맛을 어느 정도 다 겪어본 성인들한테 사랑을 받는 노래여서 그럴 텐데요. 실제 그런 진한 인생살이의 맛을 담은 가사의 노래가 심금을 울리면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지요. 가사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다함께 차차차’도 그렇습니다. 어차피 잊어야 할 사람이라면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신나는 ‘차차차’ 리듬에 오늘만이라도 잊어버리자는 건데요. 그게 바로 인생을 사는 지혜입니다. 근심과 슬픔 때문에 마치 오늘 세상이 끝날 것 같아도, 내일은 또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고 새로운 바람이 분다는 걸,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처럼,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장노년이 됐을 땐 이런 인생의 지혜쯤 알고도 남음이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된 게 걱정이 취미이자 특기가 돼버려서, 밤잠을 잘 못 이룬다는 분들이 적잖이 계세요.
밤에 그렇게 잠을 못 이루고 걱정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데도,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다 보면 커피 몇 잔을 먹은 것처럼 저절로 각성이 돼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그다음 날은 그 여파로 몸이 몹시 피곤해서 모든 일이 힘들어지게 되니까, 걱정과 피곤의 악순환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걱정하느라 잠 못 자서 늙어, 다음날은 몸이 피곤해서 늙어, 마치 늙으려고 작정한 사람 같아집니다. 실제 걱정 많은 분들을 보면 생체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이잖아요.
물론 누가 걱정을 하고 싶어서 하겠습니까. 걱정이 되니까 걱정을 하는 걸 텐데요. 문제는 걱정도 습관이라는 거예요.
걱정을 하다 보면 자꾸 걱정을 더 하게 됩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걱정을 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본인만 사서 걱정을 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래서 걱정이 취미이자 특기라고 하는 거지요.
그러면 어떻게 걱정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니까 걱정은 대부분 내가 지금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해 하는 거잖아요. 내가 지금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걱정할 틈이 없어진다는 거지요.
특히 걱정을 할 때는 세상에서 내 걱정이 제일 크게만 느껴지는데요. 어떤 분이 돈 걱정을 많이 하니까, 옆에 계시던 조금 더 나이 있는 분이 이러셨어요. “걱정 중에서 돈 걱정이 제일 쉬운 걱정이야.” 참 의미심장한 말이지요? 뭔가 걱정이 될 때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전 홍창진 신부님이 하신 이 얘기를 듣고 참 놀랐는데요. 걱정과 근심이 빈번하게 찾아드는 건 그만큼 그동안 스스로를 학대하며 고달프게 살아왔다는 증거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까 문득 그동안 걱정과 근심에 사로잡혔던 나 자신이 정말 안쓰럽게 느껴지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걱정을 하고 있을 때는 그 걱정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고, 얼른 ‘내가 또 걱정을 하고 있구나’ 하고, 걱정하고 있는 나 자신을 자각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걱정에 빠지지 않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거든요. 그리고 홍창진 신부님 말씀대로 걱정 근심이 많으신 분들은, 걱정 근심 대신 긍정적인 마음, 용기를 내는 연습을 자꾸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