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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하셔야 해요” (28)

  • 방송작가 권은정

입력 : 2022.07.28 09:27 | 수정 : 2022.07.28 09:36

<중년을 넘어선 그대에게 띄우는 안부편지>

27.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예전에는 소위 정치 9단이라고 일컬어지는 분들이 몇몇 계셨습니다. 그분들의 화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어서, 흔히 그 복심(腹心)을 꿰뚫고 있는 측근이 마치 ‘외국어 풀이’라도 하듯이 ‘이 말의 뜻은 이렇다’하고 풀이를 해야 했지요. 심지어 측근들 사이에서도 그 복심(腹心)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예전 정치인들의 화법은 하도 두루뭉술해서, 요즘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톡 쏘는 ‘사이다 화법’이 호감을 얻고 있는데요. 간혹 사이다의 톡 쏘는 맛에만 치중해서, 제대로 꼼꼼히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말을 했을 때는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요즘은 뉴스에 정치인들이 한 말들이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건지 아닌지를 가리기 위한 ‘팩트 체크’ 시간이 따로 마련돼 있을까요?

게다가 이제는 각종 미디어에 언제 내가 어떻게 한 말들이 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시대가 돼서, 정말 말조심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실제 예전에 자기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는데, 그런 기록들이 들춰져서 잘 나가던 행보에 족쇄가 되는 경우가 되곤 하잖아요.

‘세 치 혀의 무서움’은 말을 밥벌이로 하는 정치인한테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는 말의 위험을 경고하는 게 많지요. ‘세 치 혓바닥이 몸을 베는 칼’이라거나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말도 그런 속담인데요. 개인들 사이에서도 서로 상처 주고 그 상처에 소금까지 뿌리는 말을 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예로부터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려 어려움을 겪게 될 운수를 가리켜 구설수(口舌數)라고 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했을까요.

그러다 보니 우리 조상들께서는 자손들에게 ‘말로 업(業)을 짓지 말아라’, ‘입으로 화(禍)를 부르지 말아라’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인간이 짓는 업(業) 중에 입으로 업(業)을 짓기가 제일 쉬운데, 그 피해는 참 크기 때문이지요. 실제 정치인을 비롯해서 연예인이나 사업가 중 소위 잘 나가던 유명인이 소위 구업(口業)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잖아요. 그냥 망신만 당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동안 자신이 갈고닦아온 이름에 오점을 남기게 되거나, 그 지위를 아예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불자(佛者)들은 잘 아실 텐데요. 불교 경전 ‘천수경’(한량없는 손과 눈을 가지신 관세음보살이 넓고 크고 걸림 없는 대자비심을 간직한 큰 다라니에 관해 설법한 말씀)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참된 말씀)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로 시작합니다.

“아니, 그건 손오공이 도술을 부리기 전에 잘 외우던 주문인데?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혹시 이러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애니메이션 등에서 이 진언(眞言)이 요술이나 도술을 부리는 주문으로 많이 인용되다 보니까 그렇게 잘못 알려진 거지요.

불자(佛者)들은 천수경을 독송하기 전에 입부터 청결히 해야 하기 때문에
‘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이렇게 세 번 외우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 스페인에서도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지만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는 격언이 있는 걸 보면,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데는 그야말로 동서고금이 따로 없습니다.

’두루뭉술한 화법‘이든 ’팩트를 폭격하는 화법‘이든, ’사이다 화법‘이든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구업(口業)이 되지 않고, 이 세상을 향기롭고 이롭게 하면 참 좋을 텐데요. 그럼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이런 고사성어를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양약(良藥) 고구(苦口)이나 이어병(利於病)이고, 충언(忠言)은 역이(逆耳)이나 이어행(利於 行)이라'

좋은 약은 입에는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충직하고 바른말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몸에 좋아도 쓴 약은 먹기 어려우니까, 먹기 쉽게 당의정을 입히잖아요. 그처럼 같은 내용, 같은 사실에 대한 말이라도, 말하는 이의 품격과 듣는 이의 인격 내지는 자존심을 염두에 두고, 듣기 좋게 ‘당의정’을 좀 입힌 말로 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래도 인간의 세 치 혀에서 나온 검이 사람을 찌르거나 세상을 더럽히기 쉬우니까, 늘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을 마음에 되새기면서 언행을 조심해야 되겠지요.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