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 윤이나, ‘오구 플레이’ 날 천당과 지옥 오갔다

  • 마니아타임즈

입력 : 2022.07.28 09:54 | 수정 : 2022.07.28 09:57

6타 더 많은 섹스튜플 보기 직후 홀인원

요즘 한국여자골프계 최대 화두는 19살 신인 골퍼 윤이나이다. 그만큼 짧은 골프 선수 생활에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이도 드물다. 남자에 버금가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한국여자프로골퍼(KLPGA) 대회를 석권하며 인기스타로 떠올랐지만 뒤늦게 밝혀진 ‘오구(誤球) 플레이’로 선수 중단 위기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혜성처럼 출현했다가 별똥별처럼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1달여 전 ‘오구 플레이’를 한 날도 마치 롤러코스타를 타듯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난달 16일 16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정규 타수보다 6타를 더 치는 섹스튜플 보기를 적어내는 참사를 겪고선 곧바로 홀인원을 한 것이다. 10번 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윤이나는 티샷이 벙커에 들어가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볼이 모래에 박혀서 제대로 쳐내지 못했고 다시 벙커에서 쳐낸 볼은 OB 구역으로 날아갔다. 벙커에서만 세 번 쳐서 빠져나왔지만, 벌타를 포함해 벌써 5타를 허비했다. 하지만 악몽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6번째 샷으로 그린에서 90야드 떨어진 페어웨이에 볼을 가져다 놓은 윤이나는 7번째 샷이 그만 그린 너머 OB 구역으로 빠져버렸다. 벌타를 받고 그린에 볼을 올리자 이미 9타를 써버린 윤이나는 4m 퍼트를 넣지 못해 11타를 적어내고 말았다.

'오구 플레이'날, 정규타수보다 6타를 더 친 섹스튜플보기직후 홀인원을 한 올 한국오픈서의 윤이나/ 사진출처=KLPGA

그러나 윤이나는 이어진 11번 홀(파3·145야드)에서 티샷한 볼이 홀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홀인원을 했다. KLPGA 투어 무대에서 처음 한 홀인원이다. 초등학생 대회 때 처음 홀인원을 했다는 윤이나는 훈련 때 한 번 더 했고 세 번째 홀인원이라고 했다. 800만 원 짜리 세라젬 의료기 세트도 부상으로 받았다.

하지만 15번홀에서 문제의 ‘오구 플레이’를 했다. 러프에서 친 공이 자신의 공이 아니었다는 걸 15번 홀 그린에 올라가서 알았다고 한다. 공은 동반자인 마다솜, 권서연 공도 아닌 이른바 로스트볼인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 규정에는 선수는 자신의 공이 아닌 남의 공으로 플레이할 경우 실격 처리를 받게 된다. 원래 규칙대로라면 3분 안에 자신의 공을 찾지 못할 경우 1 페널티를 받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

윤이나는 로스트 볼이 발견됐을 당시 자신의 볼이 아님을 확인했어야 했고, 1벌타를 받고 티샷을 다시 했어야 했다. 그것이 규칙에 맞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를 위반해 플레이를 진행했던 것이다. 윤이나는 다음날인 2라운드까지 경기를 진행했고, 당시 컷 탈락하며 대회를 마쳤다.

오구 플레이가 드러난 것은 1달이 지나서였다. 그는 당시 자신의 백을 멨던 캐디와 결별한 후에 ‘부정행위’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자 7월 15일 오전 대한골프협회에 뒤늦게 메일을 통해 자진 신고했다.

이 날은 데뷔 첫 우승을 한 대회 2라운드 때였다.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에 오른 그는 3일 내내 선두를 지키다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팬들은 300야드 안팎의 폭발적인 장타로 화제를 모은 그의 샷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에 환호했다.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는 고사성어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처럼 그는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색다른 경험을 했다. 19살의 어린 나이에 삶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을 법하다. 금명간 열릴 대한골프협회의 스포츠 공정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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