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길가 가로수마다 매미 소리가 쨍쨍거리는 점심을 먹은 느긋한 오훕니다. 천천히 눈 껌뻑이며,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심심하군요. 후후, 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대면 더 좋고요. 뭐 그저 이야기하고 싶어요.
무슨 얘기냐고요? 그렇다고, 이렇다 할 건 없고요, 약 올리느냐고요? 풋, 그럴 리가 있나요. 혹시 졸린 것 같아, 이곳저곳 내 세상인 양, 한번 찔러보려는 건데요 뭐. 어디 아프냐고요? 아닙니다. 미안해요, 아픈 곳 없어, 더 미안합니다만, 뭐 그냥 말 좀 들어달라는 거죠.
음, 그러니까, 나는 어떠한가? 이런 아름다움은 어떠한가? 그 뭐냐, 그러니 여기는 어딘가? 또, 또 너는 무엇이냐? 그리고 뭐 기타 등등. 하하, 행복에 겨워하는 말, 너무 시시하죠? 또 할까요? 풋, 제가 봐도 시시해요.
나 같은 나를 만지다가 또 쿡쿡 웃어야 할 때도 있겠지요. 뭐가 부끄럼인지 멍청함인지 모를 때요. 지금이라고요? 그래요. 배부른 거 하나 지키고 있는 지금, 더 심심해지고 싶은 지금, 맞아요. 그냥 나는 지금이지요. 언제 다시 나를 만지고 껴안을지 모르니, 이렇게, 계속 지금이라 우기는 거죠. 행복 같은 거 다음엔, 지금처럼 모두 심심해지는 거라고.
그래요, 다시 점심 먹게 될 오후가 있을까요? 누굴 기다려야 할지요. 그땐 더 심심하지 않았으면 해요. 점심 잘 먹었냐는 거 묻지 않기를 바래요. 할 말이 더 없어지거든요. 그냥 보면 되니까요.
허, 내일부터, 점심 먹지 말까요? 먹지 말고 계속 묻기만 할까요? 아니, 저녁이 와도, 아침이 오고, 곧 점심이 또 와도, 묻기만 할까요? 매미 소리가 더 들리지 않도록, 나는 심심한가, 묻기만 할까요? 후후, 그래도, 듣는 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뭐, 이런 이야기 하고 싶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