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19 14:24

<중년을 넘어선 그대에게 띄우는 안부편지>

40. 기본을 일깨우는 주문, '뭣이 중한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밥이 보약’이라는 말로 밥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실제 아무리 보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어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건강을 지키기 어렵지요. 반면에 따로 보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지 않아도, 제 때 골고루 식사하는 분들은 비교적 건강하십니다.

그러니까 ‘밥이 보약’이라는 말은, ‘밥이 건강에 기본’이라는 걸 강조한 거지요. 삼시 세 끼 잘 챙겨 먹는 게, 보약 챙겨 먹는 것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기본’은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를 이루는 바탕’을 말하는데요. 기본이 튼실하지 못하고 흔들리면, 그 위에 세워진 모든 것들이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에 세워진 누각)처럼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밥이 건강에 기본’인 것처럼, 기본은 뭔가 어렵고 복잡한 게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단순합니다. 자연의 이치가 바로 이 세상의 가장 기본이니까요.


가령 우리 인생에서 가장 기본은 건강인데요. 그 건강의 기본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고(운동), 바로 이거잖아요. 그러니까 자연의 이치대로, 밤새워 일하거나 놀지 말고 밤에는 자고 아침에 일어나고, 식사 잘 챙겨서 하고, 귀찮아도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면서, 배변활동도 규칙적으로 이뤄지게 해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욱이 이런 자연의 이치 속에는 ‘때’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기본으로 들어 있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 있으실 거예요. 제 때 하면 제일 수월하고 잘 할 것을, 그 때를 놓쳐 아쉬워하고 힘들게 할 때가 있잖아요. 또 미리 때를 앞서 해서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예로부터 어르신들이 ‘다 때가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오묘한 가르침을 전해주셨는데요. 때를 잘 맞춰 사는 게 바로 기본이고, 또 제일 잘 사는 방법이면서, 바로 그게 행복을 일궈나가는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식사만 해도 때에 맞춰 식사를 하면, 과식을 하거나 폭식할 위험이 훨씬 줄어들지요.
오히려 다이어트 한다고 아침 점심 내내 쫄쫄 굶다가, 저녁 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폭식하고 과식해서, 다이어트는커녕 몸만 상하는 경우를 많이 보잖아요.

또 ‘때를 지킨다’는 것은 ‘때에 맞춰 하는 것’ 뿐 아니라, ‘때를 충분히 누리는 것’도 포함합니다. 그러니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바삐 먹거나, 대충 먹는 것도, 인생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거지요.

생각해보면 나를 위해 매일 제 때에 식사하는 그 시간은, 실로 그 어떤 시간보다도 참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야말로 나를 먹여 살리는 시간이잖아요. 세상에 이보다 더 중요한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는 종종 욕망과 욕심, 조급함에 휩싸여 중요한 기본을 너무나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가장 기본인 건강과 또 그 건강에서 가장 기본인 식사마저도 이렇게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가 많은데, 다른 건 말할 것도 없지요.

일이든, 운동이든, 사업이든, 인간관계든, 모든 면에서 기본이 중요합니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어디에서든 탈이 나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인생을 제대로 살아나가려면 내가 기본을 잘 지키고 있나 수시로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살면서 욕망과 욕심, 조급함에 휘둘려 이게 기본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다면, 영화 ‘곡성’에서 아버지를 향해 소리치던 딸의 대사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뭣이 중헌디?"

그러면 기본을 가리고 있던 곁가지는 물론, 위에 덧없이 쌓여있던 꺼풀들이 치워지면서 정말로 가장 중요한 기본이 드러나게 되거든요.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방송작가 권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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