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기(氣)가 통하는 사랑의 마사지
예전에 어렸을 때 특히 막내인 분들은 부모님께 안마해 드리고 용돈 받은 기억이 있을 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분들도 할머니 할아버지께 안마를 많이 해드렸을 텐데요. 고사리손으로 어깨를 조물조물하면 시원치 않아서 차라리 주먹을 쥐고 두드리라고 하든지, 또 다리의 경우는 차라리 발로 밟으라고 하셨지요.
요즘은 그런 모습을 마사지 기기가 대신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시중에 가정용 마사지 기기가 참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손을 마사지하는 마사지 기기부터 발 마사지 기기, 목과 어깨를 마사지하는 기기, 전신을 마사지하는 안마의자, 심지어 안마 의료기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인데요. 마사지 기기를 들여놓는 집들이 많다 보니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층간 소음 분쟁을 막기 위해 저녁시간에는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사지 기기는 어쩔 때는 정말 사람이 손으로 하는 것처럼 조물조물 주물러주고 눌러주고 두들기기도 해서 뭉쳤던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기계로 하는 마사지는 일방통행이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기계는 입력된 프로그램으로만 마사지를 하지, 내가 원하는 부분만 더 세게 한다든지, 아니면 어떤 부분은 좀 약하게 한다든지, 이런 변화를 바로바로 주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비싼 값을 주고 사람이 손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마사지샵을 찾는 분들도 많은데요. 마사지샵에서 지불하는 비싼 비용만큼 제대로 마사지를 받으려면 마사지에 대한 리액션(reaction), 반응을 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사지를 받으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면 ‘어, 시원하다’고 해야 마사지사가 계속 그 강도로 마사지를 하고, 좀 아플 땐 ‘아야’하고 아픈 내색을 해야 마사지 강도를 바로 낮추게 되지요. 또 똑같이 양쪽을 마사지하는데 ‘왼쪽이 더 뻐근하네요’ 하면 왼쪽을 좀 더 집중적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등, 마사지를 받으면서 의사표현을 하면 좀 더 확실하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마사지샵에 처음 간 분들은 지압을 받을 때 저절로 입에서 ‘으으’하는 소리가 나와도 소리 내는 게 왠지 창피해서 일부러 꾹 참고 소리가 입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는데요. 마사지를 많이 받아 본 분들은 자신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더 크게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결국 마사지사가 해주는 마사지가 비싼 건, 상호 소통과 그로 인한 맞춤 마사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안마의자나 안마 의료기기의 경우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어서 가격이 무척 비싼데요. 이 역시 다른 마사지 기기와 마찬가지로 일방통행 마사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근골격계에 이상이 있는 분들은 증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서 오히려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하지요.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마사지사가 단지 지압하고 주무르고 하는 물리적인 동작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도 주고받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계속하려면 본인의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마사지를 하고 나면 마사지 노동으로 인한 피로뿐 아니라 기(氣)도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들이 해드리는 마사지를 좋아하셨던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손주들이 해드리는 마사지가 어설퍼도 좋다고 하신 게 단지 예의상 차린 인사치레가 아니라, 어린 손주들로부터 실제 어떤 활기찬 기운의 영향을 받아서 기(氣)의 흐름이 좋아질 수 있었던 거지요.
그러니 혼자 사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마사지 기기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최소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에는 귀찮아하거나 힘들다고 하지 말고, 서로 상대에게 사랑의 마사지를 좀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서로 상대의 어디가 아픈지, 어디 근육이 뭉쳤는지도 알게 되면서, 서로의 건강에 대한 체크도 하게 되고, 또 기(氣)와 함께 사랑도 주고받으면서, 부부간의 정이 더 돈독해질 테니까요.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