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02 09:53 | 수정 : 2022.12.02 09:57

<중년을 넘어선 그대에게 띄우는 안부편지>

45. 행복한 제2의 인생

베이비붐 세대는 가장 큰 인구집단으로, 우리 사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요. 산업화 시대를 살아오면서 성공과 소유를 인생의 목표로 살아온 분들 이어서 그런가요? 제2의 인생을 설계할 때도, 이제는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하지요.

이 말은 은퇴 전까지의 인생은 바쁘고 힘겨웠다는 반증이기도 한데요.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우선으로 삼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것,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자꾸 내몬다고 합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강박이고요, 마음에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은 그냥 신나서 재미있게 노는 거지, ‘나는 이제부터 재미있게 놀아야겠다!’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작정해서 놀지 않잖아요? 아마 그렇게 딱딱하게 틀에 잡혀서 놀기 시작하면 노는 느낌도 제대로 나지 않을 걸요?

제2의 인생을 멋있고 행복하게 보내려고 계획하는 분들이 이것저것 해보다 대부분 쉽게 중단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놀다 보니까 재밌어서 계속 놀게 되는 건데, 이런 분들은 의식적으로 즐거움과 재미를 찾으려고 하다 보니까 오히려 재미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재미를 찾지 못해서 더 이상 계속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예요.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도 그런 분들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정년퇴직 후 나이 들어 느긋하게 시간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필요한데, 현역으로 일할 때보다 더 바쁘게 많은 활동을 하면서, 또다시 버거운 삶으로 자신을 몰아놓으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해도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기는커녕, 힘들어서 과로사를 할 지경에 이르게 되는 거지요.

행복은 성공이나 소유처럼 상대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아파트가 몇십 채 되어도 정작 내가 집으로 누리는 공간은 그리 크지 않지요. 심지어 집에서 자녀 방에도 잘 못 들어가잖아요.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생각할 때는 마음에 여유부터 채우는 게 우선입니다.

그러니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계획할 때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세요. 그저 하루 중 한 시간이든 30분이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있으면 됩니다. 많은 하루 일과 중 딱 하나라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되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학창 시절 비록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점심시간이었어도, 그 점심시간 때문에 학교 가는 게 즐거웠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 어디가 예뻐?” 하고 물었을 때 듣는 대답도 그렇습니다. 보통 그럴 때 하는 대답은 두 가지 유형인데요.

“다 예뻐” 
“넌 눈이 정말 예뻐” 

이 두 가지 대답 가운데 어떤 유형의 대답이 듣는 사람에게 더 만족스러움을 줄까요?

‘다 예쁘다’는 말은 물론 듣기 좋은 말이긴 하지만, 왠지 뭔가 실체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심지어 성의 있는 대답으로도 느껴지지가 않지요. 

반면에 “넌 눈이 정말 예뻐” 이러면, 그다음부터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눈을 살펴보게 됩니다. 연인이 콕 집어서 예쁘다고 한 눈이니까요.

제2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려고 진을 빼는 건, 결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을 찾아보세요. 그래도 못 찾겠다면 만들어 보세요. 또 하루 일과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세요. 그것도 못 찾겠다면 만들어 보세요. 

그럼 그것 때문에 하루하루가 즐겁고 그것 때문에 내일이 기다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나날들이 쌓여서 제2의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 되는 겁니다.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