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14 10:08 | 수정 : 2022.12.14 10:13

<중년을 넘어선 그대에게 띄우는 안부편지>

47.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착각

노안이 왔을 때 돋보기안경을 맞추러 가서 어떤 느낌이 드세요?

‘아.. 나도 이제 늙었구나’인가요?

그리고 고르는 안경테가 제일 싼 안경테인가요?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기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돋보기안경 고를 때도 선글라스 고를 때처럼, 썼을 때 이왕이면 나의 미모를 돋보이는 안경으로 맞추세요.

선글라스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자외선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백내장이나 황반변성 등 안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쓰는 거잖아요. 그래서 장년 이후에는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게 필수여서 선글라스를 맞추거나 사서 쓰게 되는데요. 그럴 때 어떤 것을 고르세요?

그때도 ‘아.. 나도 이제 백내장과 황반변성을 걱정해야 하니 늙었구나’ 하면서, 제일 싼 안경테를 고르시나요?

아마 대개 선글라스 고를 때는 이왕이면 유명 패션 브랜드의 멋진 안경테에, 이왕이면 좋은 안경알을 쓴 제품을 고르려고 하실 거예요. 심지어 선글라스를 눈을 보호하는 용도보다 멋내기용에 더 무게를 둬서 고르시는 분들도 많을 실 걸요?

그렇다면 돋보기안경을 고를 때의 마음과 태도도 달라져야 합니다. 돋보기도 코 끝에 걸쳐 쓰고 눈을 치켜뜨면서 이마에 잔뜩 주름살을 만드는 식의 안경이 아니라, ‘오, 근사한 안경 썼네’ 하고 보이는 안경으로 고르셔야 합니다.

그러면 돋보기안경을 썼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실제로 나의 제2의 인생을 스스로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돋보기안경 쓰는 게 뭐 어때서?’
‘근시인 사람들은 안경 쓰면 눈이 작아 보이는데, 돋보기안경 쓰면 예쁜 눈, 잘 생긴 눈이 더 커 보이잖아?’      

그리고 거기에 더해 이런 나만의 착각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 나는 안경 쓰니까 더 멋있네’

때로는 이런 스스로만의 착각도 행복에 필요합니다.

그리고 살면서 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살 수는 없지만, 남의 시선에 휘둘려 살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 남들은 나한테 그리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설령 관심을 가져도 내가 쭈뼛거리면 이상하게 보지만, 내가 당당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고, 더욱 당당하면 좋은 쪽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세상은 항상 모든 것에 열려 있는데,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스스로를 가둘 때가 많지요.

저는 요즘 한 해를 또 보내게 되면서 ‘세상에 정답 없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한 예를 들어 볼까요?     

대개의 경우 지금 나를 위해 물질과 시간과 열정을 쏟아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노후를 대비해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요. 물론 그렇게 갈등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지금 즐기느냐, 미래를 위해 지금을 담보로 하느냐, 당연히 저울질을 하게 됩니다.

그럼 그 저울은 어느 쪽으로 더 기울까요? 노후대비는 돼 있어도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좀 더 나 자신을 위해 즐기지 못한 분들은, 다리 힘이 있고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요, 노후대비가 소홀한 분들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나이 들어 편히 보낼 수 있는 여건을 좀 더 마련하지 못한 걸 후회합니다.

그러니 마치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 ‘잘못 출제된 문제’처럼, 인생은 정답이 없는 거지요. 근데요, 내가 정답이라고 느끼면 정답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착각은 착각이 아니라 진리인 것처럼요.

오늘부터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착각 많이 하시면서,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