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니그는 마이클의 할아버지인 루이스 호니그가 1964년 러더퍼드(Rutherford)의 포도밭을 매입하고 카베르네 소비뇽과 소비뇽 블랑을 심으면서 시작됐다. 광고 회사를 다니던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모여 여가도 즐기고 와인도 함께 만드는 곳을 꿈꿨다. 하지만 1980년 그 꿈을 미처 이루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낡은 트랙터 보관 창고에서 소비뇽 블랑 몇 백 케이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와인이 뜻하지 않게 오렌지 카운티 페어에서 금메달을 수상했고, 그것을 계기로 호니그 가족은 본격적으로 와인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1984년 마이클은 22살의 어린 나이에 와이너리 운영을 맡았다. 1989년에는 소비뇽 블랑에 이어 카베르네 소비뇽으로도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와이너리는 여전히 가라지(Garage, 차고처럼 작은 와이너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가족들이 하나둘씩 와인 생산에 참여하기 시작하고 생산량도 늘면서 호니그는 나파 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이 이룬 성과의 핵심 비결은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이다. 호니그의 건강한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이 호평이 오늘의 그들을 있게 한 것이다.
꿀벌, 새, 양, 개 그리고 태양열로 만드는 건강한 와인
농약과 제초제 같은 화학물질을 전혀 쓰지 않으니 호니그의 포도밭에는 야생화가 무성하고 그것을 찾아 날아든 벌과 나비도 가득하다. 특히 꿀벌은 살아 있는 공해 탐지기다. 깨끗한 자연에서만 살 수 있는 곤충이므로 포도밭의 환경을 알려주는 계기판의 역할을 한다. 그럼 호니그는 포도밭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을까?
호니그는 골든 레트리버를 훈련시켜 벚나무 깍지벌레(mealybug)의 탐지견으로 활용하고 있다. 벚나무 깍지벌레는 나무뿌리나 껍질 밑에 숨어 사는데 2.5㎠ 안에 수십 마리가 살 정도로 크기가 작아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이 벌레가 곰팡이성 질병을 옮긴다는 점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골든 레트리버가 이 벌레의 암컷 냄새를 잘 맡아 벌레가 기생하는 포도나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살충제를 쓰지 않고도 심각한 곰팡이성 질병을 막으니 포도나무와 환경을 살리는 데 그야말로 큰 도움이다.
새도 살충제를 줄이는데 크게 한몫한다. 호니그의 포도밭에는 새가 많다. 작은 블루버드부터 부엉이까지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밤낮으로 벌레를 잡아먹으며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유지한다. 새 중에서도 특히 부엉이와 매 같은 맹조류들은 쥐나 두더지 같은 설치류를 먹고사는데 연간 잡아먹는 숫자가 1000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양은 타고난 잡초 킬러다. 이 녀석들은 잡초를 먹고 분변이라는 천연 퇴비도 내놓는다. 여기에 더해 양의 발굽에 미세 식물이 붙어 포도밭 곳곳으로 퍼지니 포도밭의 생태 다양성(eco-diversity)도 유지되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얻고 있다.
호니그의 지속가능을 위한 노력은 양조장에서도 계속된다. 우선 태양열 활용이 그 첫 번째다. 나파 밸리는 맑은 날이 연중 260일이나 되기 때문에 태양열 전기 생산이 매우 용이하다. 마이클에 따르면 호니그는 이미 2006년부터 태양열을 이용해 왔고 현재 연간 수천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승용차 30대 분량의 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보고 있다고 한다. 수자원 절약은 와인의 품질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호니그는 밭에 물을 주지 않는 드라이 파밍(dry-farming) 방식으로 포도를 기르는데, 이는 포도의 뿌리가 물을 찾아 지하 깊숙이 내려가게 함으로써 포도알이 작아지고 맛은 더 진해지는 효과를 낸다. 생산량을 줄지만 와인의 품질은 한층 높아지는 것이다.
수많은 탱크와 배럴을 씻는 데에도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호니그는 물을 절약하기 위해 물 대신 스팀을 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680리터의 물을 절약하고 있다. 포장재인 병에도 신경을 쓴다. 가벼운 병을 사용하면 운반할 때 배출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어서다. 포도 재배에서 와인 양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꼼꼼하게 환경을 생각하는 호니그의 노력과 실천에 놀라움을 표하니 마이클은 “이후 세대와 더 건강한 와인 생산을 위한 작은 시도일 뿐이며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한식과 특히 잘 어울리는 호니그의 와인들
현재 우리나라에는 호니그의 와인 중 소비뇽 블랑, 나파 카운티 소비뇽 블랑,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바르톨루치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이 수입되고 있다. 그중 나파 카운티 소비뇽 블랑을 제외한 3종을 인터뷰하며 시음해 봤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한식과 함께 호니그의 와인을 마셨는데 세 가지 모두 우리 음식과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울렸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갈비찜과 함께 시음해 보았다.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과 마셔보니 갈비의 느끼함을 와인의 고운 타닌이 잡아주었고, 양념의 달콤함과 와인의 과일향이 어우러져 입에서 감미로움이 폭발하는 듯했다. 호니그의 아이콘급 와인인 베르톨루치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은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바디감이 더 묵직했고 진한 풍미와 매끈한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 와인을 갈비찜과 함께 즐기니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와인에 적셔진 고기에서 씹을 때마다 과일향이 퍼져 나왔기 때문이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이 좋으면 이런 맛이 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연간 약 12만 병이 생산되지만, 베르톨루치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은 8만㎡의 작은 밭에서 생산되는 싱글 빈야드급 와인이어서 생산량이 5000병에 불과하다. 희소가치가 있는 와인이므로 구입해 셀러에서 장기 숙성시켜도 좋고 특별한 날에 오픈한다면 즐거운 자리를 더욱 빛내줄 것이다.
호니그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에 뽑힌 적이 있고 여러 와인 매체와 평론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적도 많다. 소비뇽 블랑은 '가성비 좋은 100대 와인(Value Top 10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클 호니그는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고객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와인이 맛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눈빛에는 신념과 열정이 가득했다. 호니그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꿀벌처럼 성실하고 정직한 생산자를 만난 뿌듯한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