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다채로운 맛을 가지는 것은 포도 자체의 영향도 크지만 오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요즘은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이 높아지면서 오크를 얼마나 섬세하게 잘 사용하는지가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데 큰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와인21 시음 패널들과 함께 오크를 잘 사용한 화이트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선정해 보았습니다. 아직 오크의 느낌을 잘 모르겠다면, 혹은 다양한 오크 뉘앙스를 느껴보고 싶다면 아래에 선정된 세 가지 와인들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가르나차 블랑카의 뛰어난 균형미
라 콘레리아, 프리메라 비냐 La Conreria, Primera Vinya
라 콘레리아는 스페인 프리오랏(Priorat)에서 주목받고 있는 라이징 스타 와이너리입니다. 모든 포도를 손 수확하며 여러 고도와 토양에 맞춰 유기농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요. 와이너리의 뛰어난 테루아에서 100년이 넘는 가르나차 블랑카 품종을 재배하며, 100% 단일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400리터의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발효하고 같은 배럴에서 9개월간 숙성했어요. 총 3개 배럴만 한정 생산하는 와인입니다.
Tasting_ 잘 익은 핵과류 풍미가 풍부하게 느껴지고 약간의 미세한 타닌과 고급스러운 산도가 균형미를 보여줍니다. 오크 풍미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오크의 마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이란 평가가 나왔고 뫼르소를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풍성한 아로마와 매끈한 미감
호프 패밀리 와인, 리버티 스쿨 샤르도네 Hope Family Wines, Liberty School Chardonnay
리버티 스쿨은 호프 패밀리의 브랜드로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의 핵심 빈야드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합니다. 샤르도네와 비오니에, 약간의 소비뇽 블랑을 블렌딩한 이 와인은 파소 로블스(Paso Robles), 산타 루치아 하이랜즈(Santa Lucia Highlands), 산타 바바라 카운티(Santa Barbara County), 산타 마리아 밸리(Santa Maria Valley) 등의 포도로 생산했어요.
배럴 발효를 통해 은은한 오크 풍미가 느껴지고 1차 발효 후 리(Lees)와 함께 10개월간 아메리칸 오크에서 2차 발효합니다. 11개월의 안정화 기간 후 블렌딩했어요.
Tasting_ 레몬, 오렌지 껍질, 사과의 산뜻한 과일 아로마와 풍성한 핵과일의 달큰함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오크 숙성으로 인한 바닐라 풍미와 향긋한 카라멜 뉘앙스가 느껴지고 유질감과 함께 매끈함 미감을 선사해요. 오크와 과실 풍미의 밸러스가 뛰어난 와인입니다.
섬세함과 복합미를 갖춘 풀바디 화이트
제라르 베르트랑, 시갈뤼스 블랑 Gerard Bertrand, Cigalus Blanc
제라르 베르트랑은 일찌감치 랑그독 지역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남프랑스의 와인 품질을 끌어올린 생산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갈뤼스'는 현재 제라르 베르트랑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이에요.
샤르도네 70%, 비오니에 20%, 소비뇽 블랑 10%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포도즙의 70%를 오크 배럴에서 발효했고, 7~8개월간 오크 숙성을 거쳤습니다.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2019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은 와인입니다.
Tasting_ 시트러스 계열의 신선한 과실 아로마와 복숭아, 살구, 자몽 등의 풍미가 조화로운 와인이에요. 신선하고 부드러운 미감에 바닐리와 토스티한 오크 풍미가 느껴집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미네랄리티와 오크의 조화가 잘묘하고, 다양한 음식과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인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