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훈 에세이] 중년의 필라테스

    입력 : 2023.09.27 20:13

    30년째 전자회사에서 일빵빵으로 근무 중인 P부장! 머리에 듬성듬성 박혀 있는 흰머리와 목주름이 50대 중반을 넘긴 부장임을 누구나 한 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이 나이에 애인(?)도 없는데 굳이 외모에 신경 쓸 이유가 뭐 있나? 사견이지만 예쁜 마누라와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사이이기에 더 이상 잘생기게 보일 필요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외모보단 근골격계 이상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어느 날 아침 아파트 산책을 하면서 맞은편에서 걸어오시는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르신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 어르신은 두발로 몸을 가누기 힘들어 지팡이에 겨우 의지하면서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갑자기 P부장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이 앞으로 10여 년 뒤 P부장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지나갔다.

    더 충격적인 것은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막 들어서는데 집안에서 P부장의 모습을 본 아내의 이 한마디 "당신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꼭 70대 어른 걸음걸이네."라는 것이었다. 2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의 한마디가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준 결정적인 한마디가 되었다. 옷을 갈아입자마자 집 근처 운동할 수 있는 곳을 핸드폰으로 찾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찾다가 마침내 남자 필라테스를 한다는 곳이 눈에 띄었다. P부장은 필라테스는 레깅스 바지를 입고 여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잠시 망설였으나 옆에 있던 아내가 필라테스가 의외로 중년의 남자들 근골격계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 의학 채널을 통해 들었기에 한번 해보라고 적극 권했다.

    용기를 내어 집 근처 필라테스를 방문해서 강사분께 상담받았다. 설명을 듣고 보니 생각보다 근골격계 단련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을 듣고 난 뒤 바로 등록했다. 우선 한 달만 해보자고 하고 등록한 뒤 이제 두 달째 다니고 있다. 남자 세 명이 하는 그룹 필라테스라 개인 지도에 비해 비용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한 달 골프를 치지 않으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떤 새로운 운동을 한다는 것이 왠지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에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의 적신호를 피부로 느끼고 운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 반드시 해야만 했다. P부장의 케이스다. 과거엔 근골격계 운동은 시간 나면 하고 바쁘면 건너뛰었지만, 이젠 밥 먹듯이 반드시 해야만 한다. 60 아니 70 이후 지팡이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인생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두 달 열심히 다니다 보니 강사분도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해 주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단골로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중년의 건강을 위해 여러 운동이 있겠지만 특히 근골격계 강화를 위한 운동으로 필라테스가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다. 혼자 하면 빨리 배우지만 3, 40대와 함께 하니 그들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은근히 경쟁심도 생기고 보다 더 열심히 하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운동이지만 이젠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