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7.23 18:24

조지아 와인과 음식 페어링을 탐구하는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 2기! 그들과 함께 도전한 이번 음식은 중화요리였다. 지난 7월 20일, 호우주의보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는 을지로에 위치한 차이797에 모였다. 행사 시작을 알리며 “조지아 와인을 마셔본 분이 계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몇 분 안될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이미 마셔 봤다고 답한 분이 1/3쯤 됐다. 역시 와인 애호가답게 서포터즈들은 누구보다 먼저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인 조지아의 와인을 마셔 본 듯했다. 

하지만 와인21의 준비는 이번에도 만만치 않았다. 조지아의 대표 품종인 르카치텔리(Rkatsiteli)와 사페라비(Saperavi)를 비롯해 조지아에서도 희귀하지만 품질을 인정받는 와인들로 페어링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와인은 낯설어도 함께 즐긴 요리는 탕수육, 류산슬, 칠리새우, 깐풍기 등 우리와 친숙한 음식들이었다. 조지아 와인과 중화요리의 궁합은 과연 어땠을까? 지금부터 공개한다!

소룡포, 해물지짐만두 & 아네모 크라후나 크베브리(Anemo Krakhuna Qvevri), 조지안 썬 9번치스(Georgian Sun, 9 Bunches)

조지아어로 '새콤하다'는 뜻을 가진 크라후나는 조지아 서쪽 이메레티(Imereti)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이다. 서유럽 방식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면 바나나와 살구 같은 달콤한 과일향이 풍성하고 조지아 전통 와인 용기인 크베브리에서 발효하면 마른 과일향과 허브 향이 매력적이다. 아네모의 크라후나는 크베브리에서 껍질과 함께 발효된 뒤 10개월간 숙성된 와인이다. 말린 사과, 살구, 복숭아, 자몽 등 과일향과 함께 탄탄한 타닌과 상큼한 산미가 매력적이다.

한편, 조지안 썬 9 번치스는 키시 40%, 므츠바네 25%, 히흐비 20%, 르카치텔리 15%를 블렌드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한 와인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키시 품종은 복숭아, 살구, 배 등 잘 익은 과일향이 풍부하고 꿀, 견과, 미네랄과 함께 아카시아와 캐모마일 등 꽃과 향신료 향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다른 3개 품종이 섞여서인지 이 와인은 과일향이 한층 풍성하고 바디감과 산미의 밸런스가 뛰어났다.

행사를 기획하며 와인21은 아네모 크라후나에 해물지짐만두를, 조지안 썬 9 번치스에 소룡포를 페어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크라후나와 소룡포, 9 번치스와 해물지짐만두의 조합도 상당히 좋아서 와인 2종과 만두 2종을 함께 서빙하기로 결정했다. 크베브리에서 양조한 크라후나와 함께 만두를 맛볼 때는 말린 과일의 달콤한 아로마가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느낌이었고 9 번치스의 산뜻한 과일향은 음식의 뒷맛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느낌이었다. 서포터즈 중 한 분은 “잘게 채 썬 생강을 만두에 얹고 와인과 함께 즐기니 음식과 와인의 궁합이 한층 더 살아나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발표해 주었다.

* 아네모 크라후나 크베르비 판매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와인오피스

* 조지안 썬 9번치스 판매처: 서어른

칠리새우 & 바지수바니 이스테이트 히흐비(Vazisubani Estate, Khikhvi)

히흐비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인 카헤티(Kakheti)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당도가 높아 드라이한 와인부터 스위트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다재다능한 품종이다. 크베브리에서 양조하면 말린 복숭아와 살구 향이 풍성해지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에 시음한 바지수바니 이스테이트의 히흐비는 서유럽식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해 산미가 산뜻하고 레몬, 복숭아, 멜론 등 과일향이 신선하며 은은한 꿀 향이 느껴졌다. 매콤한 칠리 새우에 곁들이니 와인의 달콤한 아로마가 음식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상큼한 신맛이 느끼한 뒷맛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듯했다. 와인도 한결 부드럽게 느껴지고 와인 속 과일향의 한층 풍성해져 음식과 와인의 찰떡궁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 바지수바니 이스테이트 히흐비 판매처: 서어른

류산슬 & 로열 크반츠카라 젤샤비 사페라비(Royal Khvanchkara, Dzelshavi Saperavi)

류산슬과 즐긴 와인은 로열 크반츠카라 와이너리가 젤샤비 70%와 사페라비 30%를 블렌드해 만든 와인이었다. 주품종인 젤샤비는 조지아에서 5세기부터 재배해온 품종으로 조지아의 북쪽에 위치한 라차(Racha) 지역의 고도가 높은 곳에서 주로 자란다. 조지아어로 'Dzeli'는 나무, 'Shavi'는 갈색이라는 뜻인데 포도나무의 싹이 틀 때 새로 올라오는 순에서 갈색빛이 돌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껍질이 얇아 타닌이 적고 와인 맛이 경쾌해 조지아의 피노 누아라고도 불리는 품종이다. 로열 크반츠카라의 젤샤비 사페라비는 루비빛이 영롱하고 체리, 크랜베리, 블루베리 등 베리류의 향이 신선하며 질감이 매끄러웠다. 원래 해산물 요리에는 웬만해선 레드 와인을 즐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젤샤비의 타닌이 약해 류산슬과 페어링 해봤다. 다소 모험적인 시도였지만 결과는 대성공. 서포터즈 중 한 분도 “와인의 풍미가 류산슬 소스의 간장 맛과 후추 향과 어울리며 음식이 훨씬 더 맛있었다”라고 평가했다.

* 로열 크반츠카라 젤샤비 사페라비 판매처: 서어른

깐풍기 & 이클립스 치츠카리(Eclipse, Tsiskari)

이어서 서빙된 와인 2종은 모두 조지아를 대표하는 청포도인 르카치텔리(Rkatsiteli)로 만든 것들이었다. 르카치텔리는 강한 개성을 자랑하기보다는 과일향이 은은하고 질감이 탄탄해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하기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그래서 와인21은 르카치텔리를 서유럽식으로 양조한 것과 크베브리에서 양조한 것을 함께 서빙해 보기로 했다. 먼저 시음한 것은 서유럽식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만든 이클립스의 치츠카리. 조지아어로 치츠카리는 '여명'이라는 뜻이다. 새벽녘에 떠오르는 햇살처럼 치츠카리는 사과, 배, 레몬, 복숭아 등 과일향이 신선했고 부드러운 질감과 산뜻한 산미가 조화를 이뤘다. 깐풍기와 함께 즐기니 음식의 매콤함을 와인의 상큼함이 부드럽게 중화시켜 주는 듯했다.

* 이클립스 치츠카리 판매처: 서어른

탕수육 & 나스라쉬빌리 르카치텔리 로제(Nasrashvili Family Winery, Rkatsiteli Rose)

다음 와인은 르카치텔리를 크베브리에서 양조한 로제 와인이었다. 르카치텔리가 청포도인데 어떻게 로제 와인을 만들 수 있었을까? 사실은 이 와인을 만든 품종이 르카치텔리의 변종인 핑크 르카치텔리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돌연변이로 탄생한 이 포도는 르카치텔리지만 핑크빛이 도는 껍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껍질과 함께 크베브리에서 발효해 로제 와인이 만들어진 것. 나스라쉬빌리의 르카치텔리 로제는 말린 살구와 오렌지 등 감미로운 과일향과 함께 크베브리 와인 특유의 흙 향과 탄탄한 타닌감이 특징이다. 탕수육과 함께 즐기니 와인의 아로마가 소스의 달콤함과 어울리고 와인 속 타닌이 음식의 기름진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서포터즈 중 한 분도 “탕수육 소스를 만들 때 과일이 들어가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인지 소스에 푹 담근 탕수육을 먹고 난 뒤 와인을 마시니 와인에 숨어 있던 달콤한 오렌지 향을 음식이 끌어내는 것 같았다”라고 평했다.

* 나스라쉬빌리 르카치텔리 로제 판매처: 서어른

XO볶음밥 & 아스카넬리 무쿠자니 프리미엄(Askaneli, Mukuzani Premium)

조지아를 대표하는 적포도 품종인 사페라비는 껍질은 물론 과육도 붉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사페라비로 만든 레드 와인은 잉크처럼 진한 색상을 띤다. 크베브리에서 양조한 사페라비도 많지만 이번에는 서유럽식으로 오크 배럴에서 숙성한 와인을 준비했다. 무쿠자니는 조지아 카헤티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곳에서 만든 와인은 반드시 사페라비를 서유럽식으로 발효한 뒤 오크 배럴에서 숙성을 거친다. 사페라비의 강한 타닌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다. 아스카넬리의 무쿠자니 프리미엄을 맛보니 바디감이 묵직하고 타닌이 벨벳처럼 부드러웠다. 검은 자두와 블랙베리 등 진한 과일향과 함께 오크와 후추 향이 느껴져 향신료 등 풍미가 강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페어링한 음식이 바로 XO볶음밥. 굴소스와 후추가 들어가고 불맛이 느껴지는 볶음밥과 무쿠자니 와인은 역시나 기대처럼 맛있는 궁합을 보여주었다. 서포터즈 중 한 분은 “조지아 와인인 줄 모르고 마셨다면 보르도 와인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라며 이 와인의 품질을 높이 평가했다.

* 아스카넬리 무쿠자니 프리미엄 판매처: 와인바 블랑루즈 합정, 플레이볼(서울 강남구 논현동), 바벨드라 이매점, 송당퐁닭(제주), 까사비노 스테이크하우스(세종), 오지(서울 노원구 상계동)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 2기와 함께 한 '조지아 와인과 중식 페어링'도 지난 1기의 '조지아 와인과 한식의 페어링'처럼 조지아 와인의 매력과 잠재력을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1기와 2기를 거치며 무엇보다 우리에게 친근한 한식과 중식이 조지아 와인과 두루 잘 어울린다는 결과를 얻은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번 행사의 작은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2기 서포터즈가 매우 진지했다는 점이다.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열심히 필기하거나 사진 촬영에 열중하는 등 매우 학구적이었다고나 할까? 조금 더 가볍게 즐겨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물론 시음을 거듭하며 분위기가 차츰 달아올랐고 나중에는 서로 건배하고 의견을 나누며 무척 화기애애해졌다. 

궂은 날씨에도 참석해서 좋은 의견을 많이 남겨주신 서포터즈 2기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곧이어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 3기를 모집하고 9월 초에 또 다른 음식 페어링을 해볼 예정이다. 아울러 9월 24일에는 조지아 와인 마스터클래스와 시음회도 열린다.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를 모두 초대해 그날 다시 만날 것이 벌써 기대가 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과 조지아 와인의 조화에 대한 탐구는 계속 된다. Stay tu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