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11 19:11 | 수정 : 2024.08.11 19:14

밤낮으로 숨이 막히게 더운 한여름이다. 아무리 와인을 사랑하는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이런 날씨에는 벌컥벌컥 들이킬 수 있는 맥주에 자연스레 손이 가고야 만다. 그렇다면 이 더위를 이겨낼 동반주(酒)로 맥주를 대체할 만한 와인은 정녕 없는 것일까?

맥주가 갈증 해소에 효과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톡 쏘는 탄산의 영향이 크다. 탄산이야 물론 스파클링 와인으로 대체 가능하지만 맥주에 비해 높은 알코올 도수가 걸림돌이다. 알코올이 높을수록 섭취 후 체감하는 몸의 열기는 더욱 높아지기에 아무래도 더운 여름에는 자연스레 와인보다 맥주가 더 당기는 듯하다. 그렇다면 맥주를 대신하여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저도수 와인을 찾아보기로 하자!

저도수 와인에 대해 명확히 규정된 바는 아직 없으나 일반적으로 알코올 함량 11% 이하의 와인을 저도수 와인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당도가 낮은 포도로 양조해 알코올 함량이 낮은 와인부터 끝까지 발효하지 않아 당분을 남기고 알코올을 낮춘 와인, 양조 후 알코올을 제거하여 도수를 조정한 와인 등 다양한 저도수 와인이 있으며, 최근 젊은 세대에서는 저도수 혹은 무알코올 주류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무알코올, 혹은 낮은 알코올로 열대야에도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와인 6가지를 소개한다. 

보테가 스파클링 제로 Bottega, Sparkling Zero

보테가 스파클링 제로 Bottega, Sparkling Zero
보테가 스파클링 제로 Bottega, Sparkling Zero/ 사진제공=와인21

이탈리아 베네토의 프로세코 명가 보테가에서 최초로 만든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이다. 글레라(Glera)와 모스카토(Moscato)를 블렌딩했으며 포도 품종의 아로마를 그대로 잘 살렸다. 독특하게도 병입 전 알프스의 청정수를 섞어 희석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기포를 만들어 낸다.

생동감 넘치는 머스캣 향과 꽃 향, 그리고 달콤한 과일의 향이 어우러진다. 알코올 함량이 0%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안정된 기포 덕분에 탄산이 주는 짜릿한 생동감과 신선함을 유지하며 스파클링 와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아라 제로 소비뇽 블랑 Ara, Zero Sauvignon Blanc

아라 제로 소비뇽 블랑 Ara, Zero Sauvignon Blanc
아라 제로 소비뇽 블랑 Ara, Zero Sauvignon Blanc/ 사진제공=와인21

뉴질랜드 말보로 청정지역에서 탄생한 프리미엄 무알코올 와인이다. 아로마는 전형적인 말보로 소비뇽 블랑과 마찬가지로 자몽과 열대과일 향을 앞세우며, 패션프루트와 파인애플의 달콤한 향과 상큼한 산도가 입안을 감싼다. 무알코올이라 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과 비교 시음하지 않는 한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을 듯하다.

아라 제로 소비뇽 블랑은 일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의 양조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든 후 고급 스피닝 콘(Spinning Cone) 기술을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향과 알코올을 부드럽게 제거한 후 알코올이 제거된 와인에 향을 다시 넣고 소량의 프리미엄 포도 주스를 넣어 최종 블렌딩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크네벨 뢰트겐 카비넷 Knebel, Rottegen Kabinett

크네벨 뢰트겐 카비넷 Knebel, Rottegen Kabinett
크네벨 뢰트겐 카비넷 Knebel, Rottegen Kabinett/ 사진제공=와인21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을 꼽자면 결코 리슬링을 빼놓을 수 없다. 크네벨의 뢰트겐 카비넷은 리슬링의 본고장인 독일 모젤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알코올 함량은 7%이며 잘 익은 황도와 배의 과일 향, 자스민 등의 꽃 향, 스피아민트와 딜 등의 허브 향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 모금 머금으면 레몬이나 라임 소르베를 한입 먹은 것처럼 깨끗하고 상큼한 아로마가 맴돌며 입안을 개운하게 만든다. 특히 절제된 당도가 주는 깔끔함이 매력적이다. 어떤 음식과 먹어도 잘 어울리지만 향신료를 강하게 사용하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의 아시아 요리와 매칭하면 더욱 잘 어울릴 와인이다.

토마 스파클링 Toma Sparking

토마 스파클링 Toma Sparking
토마 스파클링 Toma Sparking/ 사진제공=와인21

스페인 라 만차 지역에서 생산한 알코올 함량 6%의 저도수 스파클링 와인이다. 아이렌(Airen)과 모스카텔(Moscatel)을 각각 50%씩 블렌딩했으며, 품종 특유의 신선하고 상큼한 향이 피어 오른다. 정통 와인에서는 조금 벗어난 느낌이지만 기포가 강하고 가벼운 단맛이 느껴져 갈증 해소를 위해 시원하게 들이키기 적합하다.

그만큼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디저트나 과일, 치즈 등과 잘 어울려 후식 와인으로 적당하며, 와인을 부담스러워 하는 친구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하거나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이 주머니 사정 걱정 않고 부담 없는 파티용 스파클링 와인으로 기분 내기에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칸티나 콜리 에우가네이 모스카토 프리잔테 Cantina Colli Euganei, Moscato Frizzante

칸티나 콜리 에우가네이 모스카토 프리잔테 Cantina Colli Euganei, Moscato Frizzante
칸티나 콜리 에우가네이 모스카토 프리잔테 Cantina Colli Euganei, Moscato Frizzante/ 사진제공=와인21

깨끗한 옐로우 컬러를 띠는 알코올 함량 7%의 세미 스파클링 와인이다. 모스카토 특유의 달콤한 복숭아, 흰 꽃 등의 향이 끊임없이 코끝을 자극하며, 기분 좋은 달콤함과 산도, 그리고 부드러운 탄산이 균형을 이룬다. 모스카토 프리잔테는 적당한 당도와 탄산 덕에 입문용 와인으로 큰 사랑을 받을 만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특히 더운 날씨에는 시원하게 칠링된 모스카토 한 잔으로 갈증을 날려버리기 좋다. 칸티나 콜리 에우가네이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해발 300~500m 높이의 화산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 위치해 화산층에 의한 석회와 점토질 토양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화이트 품종으로 스푸만테와 프리잔테 등 고품질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다.

로레아 넘버 2 화이트 Lolea, No.2 White

로레아 넘버 2 화이트 Lolea, No.2 White
로레아 넘버 2 화이트 Lolea, No.2 White/ 사진제공=와인21

스페인 아라곤 지역에서 생산된 상그리아(Sangria) 와인이다. 상그리아는 와인에 다양한 과일이나 향신료를 첨가해서 만들며,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 더운 나라에서 즐겨 마시는 알코올 음료로도 유명하다. 집에서 상그리아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으나 스페인의 국민 상그리아 로레아로 이 무더운 여름에 체력과 시간을 아끼고 더위도 타파해 보자.

병의 도트 무늬로 더욱 팬시하게 느껴지는 로레아 상그리아는 레드와 화이트, 로제 등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로레아 넘버 2인 화이트 상그리아는 마카베오와 샤르도네 두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에 오렌지와 레몬, 바닐라 등을 첨가했다. 알코올 함량 7%인 프리잔테로 시트러스한 과일 향에 살구, 바닐라 향이 은은하다. 그냥 마셔도 좋지만 얼음을 가득 채우고 새콤달콤한 과일 한 조각을 띄우면 손님 접대용으로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