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도 좋고, 와인 마시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책 속에 몰입하는 순간은 삶의 소중한 휴식이자 작은 사치죠. 그럴 때 와인 한 잔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줍니다. 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와인의 풍미가 입안에 퍼질 때의 느낌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가 되죠. 이번 주제는 독서의 동반자로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들입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을 선정했는데 소비자 패널들마다 선호하는 취향은 각기 달랐습니다. 그런데 점수를 합산했을 때 공교롭게도 피노 누아 와인만 선정된 걸 보니, 주제에 대해 공감하고 추구하는 공통적인 입맛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 그럼 우리의 독서 생활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와인 3종을 소개합니다.
장 끌로드 부아세 부르고뉴 피노 누아 Jean-Claude Boissiet Bourgogne Pinot Noir
1961년, 18세의 장 클로드 부아세는 샹베르탱 포도밭을 인수하며 와인 양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부르고뉴 최대 생산자로서 전통과 현대적인 양조 방식을 완벽하게 결합한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죠. 이 와인은 프렌치 오크통에서 7개월간 숙성하며, 15%의 새 오크를 사용해 깊이 있는 풍미와 복합적인 맛을 더했습니다.
독서할 때는 와인도 중요하지만 너무 강한 캐릭터를 가진 와인은 방해가 될 거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 와인은 산미와 전체적인 균형감이 좋아서 지루하지 않게 계속 즐길 수 있고, 살짝 올라오는 육향의 재미도 느낄 수 있어요. 안주 없이 즐기거나 가벼운 안주를 곁들여도 좋을 듯합니다.
펠프스 크릭 콜럼비아 고지 피노 누아 Phelps Creek Columbia Gorge Pinot Noir
델타 항공의 기장인 밥 모러스(Bob Morus)가 1990년 프랑스 부르고뉴의 포마르(Pommard) 지역에서 들여온 포도나무로 시작한 와이너리입니다. 부르고뉴의 유명생산자 도멘 마크 로이(Domaine Marc Roy)의 4세대 와인메이커 알렉산드린 로이(Alexandrine Roy)가 2007 빈티지부터 컨설턴트로 합류했고, 2012년부터 전체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부르고뉴의 전통 생산 방식을 응용하기 시작했어요.
체리, 무화과의 과실향에 다양한 향신료의 느낌이 어우러져 오래된 도서관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긴 독서 시간 동안 와인의 온도가 변해도 또 다른 매력으로 계속 즐길 수 있는 와인입니다.
리드 홀랜드 딥 엔드 피노 누아 Read Holland Deep End Pinot Noir
리드 홀랜드의 와인메이커 애슐리 홀랜드(Ashely Holland)는 멘도치노 카운티에서 제2의 로버트 몬다비를 꿈꾸며 홀로 자신의 와이너리를 운영해 나가고 있어요. 피노 누아 클론 중 포마르(Pommard)와 디종(Dijon) 667, 115를 블렌딩했고, 14~20일간 발효 후 15개월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했습니다(25% 새 오크).
첫 모금에 피어 오르는 산딸기 아로마에 장미향이 아주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과실향부터 뒤에서 올라오는 흙내음과 향신료까지 지루하지 않은 와인이라 독서하면서 계속 마시기 좋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간단한 샤퀴테리나 치즈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