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은 어린이날이자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는 불기 2569년이며 부처님은 80년을 거슬러 2649년 전에 오셨다가 2569년 전에 80세를 일기로 입멸(入滅)하셨다.
부처님 오신 날을 예전에는 석가탄신일 심지어 줄여서 석탄일이라고도 했다. 맞지 않는 말이다. 2017년 이후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정했다.(그러나 아직도 석가탄신일, 석탄일이라고 많이 쓴다. ㅠㅠ)
불기(佛紀) 2569년? 계산법?
지구상에는 불교국가들이 많은데 그동안 佛紀를 따지는 방식이 서로 달랐다.
크게는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가 달랐는데 1956년 전세계불교도들이 모여서 그 해를 불기 2500년으로 정하였다.(그래서 불기를 외우는 방법은 1956년생 나이에 2500년을 더한다.)(1956년생이 올해 69세, 2500년을 더하면 2569년)
西紀(서기 : 西曆紀元)는 예수님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하지만 佛紀(불기 : 佛滅紀元)는 부처님 돌아가신 해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니까 2569년 전은 부처님이 오신 해가 아니라 돌아가신 해이다. 오신 해는 부처님 나이 80년을 더 가야 한다.
즉, 부처님이 오신(태어난) 해는 부처님 나이 80년을 거슬러 올라가 2569+80=2649년 전으로 즉 부처님은 2649년 전인 BC 624년에 태어나 80세를 사시다가 BC544년에 입멸(돌아가심) 하셨다.
이는 남방불교 주장을 우리도 받아들인 것으로 그때까지 북방불교에서는 부처님은 BC1027년에 태어나 BC949년에 입멸하였다고 하며 그 기준은 (입멸하신 해가 아닌) 태어나신 BC1027년부터로 하였다.
이때는 佛紀(불기)라고 하지 않고 世尊應化(세존응화) 또는 應化(응화)라고 하였는데 일부에서는 또 佛紀(불기)라고 쓰기도 하여 헷갈리기도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도 1956년을 불기 2500년으로 정하기 이전에는 북방불기를 기준으로 삼았으므로 이상하게 년도수가 높으면 북방불기가 아닌가 의심해봐야 한다.
북방불기 사용 사례
예를 들어 강남구 봉은사에 걸린 현판을 보면 佛紀 二千九百七十年 (2970년)에 썼다고 적혀있는데 올해가 2569년이니 2970년은 말이 되지 않는다.
즉, 북방불기로 계산한 것인데 이 현판은 1943년에 오세창이 쓴 것인데 1943년에 북방불기 기준 1027년을 더하면 1943+1027=2970 즉, 북방불기 2970년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1943년은 불교계가 2500년으로 통일한 1956년 이전이기에 이렇게 북방불기 그대로 적혀있는 것 같다. 이런 식의 불기년도를 현판이나 바위 각자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럴 때는 1027년을 빼보면 서기 몇 년에 쓴 것인지 알 수 있다.
초파일(4. 8일)은?
그럼 부처님 오신 날은 초파일(음력 4. 8일)이 맞을까? 이 역시 북방불교에서 지키는 날짜이다. 즉 한국, 중국, 대만 등은 음력 4. 8일(초파일)이나, 일본은 현재 음력을 쓰지 않으므로 양력 4. 8일이다. 그러나 남방불교 등은 1956년 불기 2500년으로 정할 때 부처님 오신 날을 양력 5월 15일로 정하였다.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이 보름달이 뜰 때 태어났다고 하는데 양력 5월 15일은 음력은 계속 바뀌니 보름달이 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시 1998년에는 음력 4. 15일로 바꾸었다. 즉, 남방불교 국가들은 음력 4월 15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다.
1999년에는 UN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Vesak Day (베삭 데이)라고 하여 기념일로 지정하였는데 음력 4월 15일이다. 즉, 북방불교 국가들 빼고는 세계적으로 부처님 오신 날은 음력 4. 15일이다.(베삭 데이 검색해 보면 나온다)
이처럼 부처님이 입멸하신 해 = 佛紀 (불기, 불멸기원), 부처님 태어난 날 =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생일)... 등등은 서로 다르고 복잡하다.
결국 우리 북방불교에서는 불기 2500년은 받아들이고 부처님 오신 날은 안 받아들여 음력 4. 8일로 정하였다.
초파일은 공휴일?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초파일(부처님 오신 날)은 빨간 글씨 공휴일입니다. 올해는 어린이날과 겹쳐서 대체휴일도 있어 6일까지 쉰다. 그럼 언제부터 공휴일이 되었을까?
우리나라는 1945년 일제 강점에서 해방된 후 3년간 美 군정(軍政) 기간을 거쳤는데 이때 서양 문화 영향인지 12. 25일 성탄절(예수님 오신 날)은 공휴일로 진즉 지켜졌지만, 동양적 종교이자 우리네 역사에서 1500년 넘게 이어온 불교에서 모시는 부처님 오신 날은 공휴일이 아니었다.
1963년, 불교계에서는 마침내 공휴일 지정을 건의하였으며 고졸(高卒) 변호사로 유명한 용태영(1929~2010) 변호사가 앞장서서 1973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11번의 변론과 각하, 본인은 소송에 매달려 집도 팔고 어려운 나날 마침내 대법원 항고가 된 날 전국의 불교도들이 상경하는 일이 발생 경찰력으로 고속도로를 막기까지 하였다.
그러다가 1975년 1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기 직전에 정부에서는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이 지난한 과정에서 용태영 변호사의 역할이 컸으며 그는 2010년 5월 3일 사망하였다. 과연 불교도이거나 아니거나 초파일이 공휴일이 된 내력을 소상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용변호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몇 자 적어본다. 이런 이야기를 찾아보는 게 문화유산 답사활동 중 하나이다.
*글/사진제공=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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