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 평내호평에 '궁집'이 있다.
궁(宮)도 아니고 집(宅)도 아니고 궁집이라니??
영조의 후궁 숙의 문씨 소생 화길옹주가 능성위 구민화에게 시집갈 때 대목장과 재목을 보내 지어준 집이다. 그동안 펜스를 둘러치고 폐쇄되어 있었는데 (소유주 예술인 부부는 사망하고 2019년 無衣子 문화재단에서 남양주시에 기부하여 대대적인 정비 공사를 거쳐 지난 6월 20일 개방하였다.
궁집은 1765년 축조되었으며 화길옹주가 혼인후 19살로 생을 마칠 때까지 겨우 7년간 (1765~1772년) 살았던것으로 전해지며 이렇게 절대 연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영조의 가계도
영조 ------ 정비 정성왕후 서씨 (후사 없음)
------ 계비 정순왕후 김씨 (후사 없음)
------ 정빈 이씨 (1남 1녀) 효장세자(진종)
화순옹주 ★
------ 영빈 이씨 (1남 3녀) 사도세자(장조)
화평옹주
화협옹주
화완옹주
------ 귀인 조씨 (1녀) 화유옹주
------ 숙의 문씨 (2녀) 화령옹주
화길옹주
(★ 정빈 이씨 소생 화순옹주는 추사 김정희의 증조할머니이다.)
숙의 문씨와 화길 옹주
화길옹주의 생모 숙의 문씨는 효장세자 부인 현빈 조씨 시녀였는데 현빈 조씨 장례 때에 영조의 눈에 들어 승은을 입어 후궁이 되었다. 그러나 영조의 총애를 받자 기고만장하여 세자의 생모 영빈이씨를 능멸하였다거나 오래비 별감 문성국이 사도세자 동정을 알려주면 영조에게 고자질하여 父子간의 불화를 더욱 키우는데 일조하였다.
결국 숙의 문씨는 정조 즉위후 사도세자 무고혐의로 유배된후 사약을 받았으며 문녀(文女)로 불리는 처지가 되었다. 문씨 소생 두 딸의 작위도 박탈해야한다고 상소가 올라왔으나 정조가 그때 핏덩어리들이니 죄가 없다고 묻어두게 하였으니 그때 이미 작은 딸 화길옹주는 정조 즉위 4년전에 19세로 사망하였고 큰 딸 화령옹주는 궁궐출입을 금지당한채 살았다고 한다.
남양주 궁집
남양주 궁집은 화길옹주 집만이 아니고 한옥을 사랑한 예술가 부부 (故 권옥연, 故 이병복)가 1970년대부터 궁집과 그 주변 토지를 매입하고 서울, 경기 등에서 철거된 한옥을 옮겨 지으면서 현재처럼 여러 채가 되었다.
故 권옥연, 故 이병복 부부
권옥연 화백(1923~2011)은 추상미술 1세대로 한국현대미술의 거목으로 불리운다. 부인 이병복(1927~2017)은 한국 연극계의 대모이자 선구적 무대미술가로 부부는 평생의 꿈을 담아 無衣子(무의자, 옷이 없는자, 모든것을 버린 벌거숭이, 권화백의 호이면서 부부가 추구했던 철학으로 전국 고택과 민속품을 이전 복원하여 無衣子박물관을 세웠으며 요정으로 팔릴 궁집을 사들였다고 한다.
박물관은 1999년 개관, 2019년에 폐관되어 궁집과 대지 8,590㎡를 남양주에 기부채납하였다. 이후 남양주시에서는 예산을 투입하여 전면 재정비하여 문화유산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게 된 것이다.
지하 주차장에 엘레베이터, 화장실, 해설사 상주 등 나름대로 잘 정비되었으며 무료입장으로 운영하는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요새 무더위 때문인지 탐방객은 별로 없었으며 궁집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채의 고택들과 약 2,600평에 달하는 꽤 넓은 녹지대를 점하고 있으며 인공인지 자연인지 중앙으로는 시내도 흐르고 있어 연못도 조성하는 등 여건이 제법 큰 손들이 탐을 낼만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다만 탐방객들을 위한 휴식장소나 매점 등 편의시설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궁집 (화길옹주와 능성위 구민화 집)
ㅁ자 형태의 안채와 ㄱ자형태의 사랑채가 한 덩어리로 연결된 31칸 집이다. 조선시대 가사규제에 따르면 옹주는 40칸 이내로 집의 규모가 제한되었기에 행랑등이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산집 (군산 23대 순조 며느리 신정왕후 조씨 친정집 일부, 1981년 移建)
(공연장으로 야외 시설 구비)
현장에는 간단간단하게 각 집에 대한 설명판만 세워져 있는데 화길옹주와 숙의문씨 이야기처럼 각각의 집마다 원소유자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나 이 궁집을 소유하고 있다가 남양주시에 기부채납한 故 권옥연, 故 이병복 부부에 대한 이야기등을 정리한 자료관이 별도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글/사진제공=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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