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화이트 와인 트렌드 TOP 10

전 세계 와인 업계에서 화이트 와인이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레드 와인 중심의 산지와 생산자들에게는 도전적인 시기였지만, 화이트 와인은 오히려 긍정적인 전환점을 이끈 품목으로 평가된다.

국제 와인 및 주류 시장 조사 기관 IWSR(International Wine and Spirits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화이트 와인 소비량은 약 7억 5천만 케이스로, 향후 5년간 연평균 -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는 레드 와인의 -2%보다 나은 수치다. 소비층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부상했으며, 향과 과일 풍미가 뚜렷한 품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음은 영국 와인 전문지 <드링크 비즈니스(The Drinks Business)>가 소개한 2025년 화이트 와인의 10가지 주요 트렌드다.

1. 저알코올 화이트 와인의 약진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대서양 기후의 영향을 받는 특정 산지와 선제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저알코올 화이트 와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비뉴 베르데 와인은 낮은 알코올 도수와 생동감 있는 산도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왔으며, 리스본에서는 알코올 도수 10.5% 이하의 '레베 리스보아(Leve Lisboa)' 와인 판매가 2024년 한 해 동안 80% 증가했다. 스페인 생산자들은 고도, 방향, 수확 시점 등 세부 요소를 정밀하게 설계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다양한 저알코올 와인을 출시 중이다.

2. '질감'에 집중하는 생산자들
화이트 와인에서도 질감(texture)이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생산자들은 스킨 컨택, 리 작업 강화, 고지대 재배 등으로 복합적인 질감을 강조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3. 와인 속 '짠맛', 새로운 매력으로 부상
2025년 화이트 와인 트렌드에서 특히 주목받는 키워드는 짠맛(salinity)이다. 스페인 갈리시아, 남프랑스,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염미를 브랜드 정체성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생산자들은 이를 음식 페어링으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4. 비주류 품종의 재발견
기후 변화와 개성 있는 와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국제 품종 외에 덜 알려진 화이트 품종들에 대한 실험과 상업적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마투라나 블랑카(Maturana Blanca), 템프라니요 블랑코(Tempranillo Blanco), 말바시아 데 리오하(Malvasía de Rioja), 디펜소르(Defensor), 에스가나 카웅(Esgana Cão) 등 비전통 품종들은 독창성과 다양한 스타일을 무기로 고급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5. 샤르도네의 진화
샤르도네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 최근에는 오크 중심 스타일에서 벗어나 미네랄리티와 테루아를 강조한 정제된 스타일로 변화 중이며, 일부 생산자들은 샤르도네 하나로 고급 라인과 캐주얼 라인을 병행하는 계층화 전략을 통해 품종의 활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6. 향이 소비자 선택을 좌우한다
향(aromatics)이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다수의 생산자들은 향을 와인의 첫인상으로 보고, 향 표현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향기 잠재력 곡선(aromatic potential curve)'을 활용해 수확 시점과 발효를 정밀 조절하며 향 발현을 극대화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7. 오크 숙성의 재해석
화이트 와인에서도 오크 숙성은 여전히 중심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산 오크 외에 헝가리와 포르투갈 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암포라, 콘크리트 에그 등 대체 숙성 용기를 활용한 실험도 활발하다. 생산자들은 숙성 방식의 조합을 통해 풍미와 질감을 세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8. 유기농 화이트 와인의 부상
일부 생산자들은 유기농 방식의 화이트 와인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자들은 아황산염 사용을 최소화하고, 미생물에 민감한 품종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양조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유기농 와인에 대한 수요가 아직 충분히 대규모 생산을 뒷받침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대량 생산 여부는 신중하게 검토되는 분위기다.

9. 페어링의 다양화
메인 요리보다 부재료가 페어링의 핵심이 되는 흐름 속에서, 화이트 와인의 쓰임새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커리, 해산물은 물론 육류 요리까지 페어링이 확대되고 있으며, 미슐랭 레스토랑뿐 아니라 캐주얼 식당에서도 화이트 와인을 중심으로 한 페어링이 늘고 있다.

10. 부르고뉴 화이트 중심으로 고급화되는 경매 시장
화이트 와인은 경매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며, 특히 부르고뉴 샤르도네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매 플랫폼 아이딜와인(iDealwine)에 따르면 2024년 화이트 와인 낙찰량은 전체의 약 28.7%(스파클링 포함)에 달했고, 이 중 부르고뉴 화이트는 26,657병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최고가 와인은 도멘 도브네(Domaine d'Auvenay)의 2005년 빈티지 크리오-바타르-몽라셰(Criots-Bâtard-Montrachet)로, 병당 16,875유로에 낙찰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한편 루아르, 론, 쥐라 등의 화이트 와인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경매 시장 전반에서 우아하고 향기로운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