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강에서 하루 답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또 새벽 5시 모닝콜에 잠이 깨어 종이 도시락을 하나씩 받아 들고 6시에 호텔을 나섰다. 바강 낭유공항에서 만달레이까지 국내선 티케팅을 했는데 자유석(free seat)이다.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호텔 도시락을 까먹으며 기다리다 탑승하니 바강에서 만달레이까지는 불과 20분 거리다.
미얀마의 문화수도, '만달레이(Mandalay)'
미얀마의 수도가 양곤에서 네삐더로 이전되면서 네삐더는 행정 수도가 되었고 양곤은 경제 수도가 돼 있다. 이런 식으로 구분을 짓자면 만달레이는 미얀마의 문화 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만달레이는 양곤에 이어 미얀마 제2의 도시이다.
한때는 미얀마의 마지막 왕조였던 꼰바웅 왕조의 수도였으며, 1857년 민돈왕이 왕궁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시가 되었고, 이후 이곳으로 수도를 천도해왔으나 1885년 영국에 함락되면서 식민지가 되어 왕정은 막을 내리게 된다. 영국 식민지 영향으로 만달레이 왕궁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잘 조성되어 있고, Street 번호가 도로마다 매겨져 있어 비교적 찾기 쉬운 구조이다.
또한 만달레이 주변에는 만달레이 이전 꼰바웅 왕조의 도읍지였던 작은 도시들이 여러 곳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만달레이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에 등재된 지역으로 입장권을 구매하고 돌아보아야 한다.
바강에서 마차를 빌려 자유투어를 했던 우리는 만달레이에서는 버스 1대를 임차하고 현지 영어가이드를 고용하여 첫날은 만달레이 시내를, 다음 날은 만달레이 근교지역을 답사하는 일정으로 진행하였다. 아무래도 도시가 크고 넓어 자유여행은 무리였으며, 첫날 체력소모가 많아서 이후에는 조금 편한 방식을 택한 것이다.
만달레이는 국제공항이다. 우리 비행기는 정식 트랩에 연결하지 않고 비행장 한쪽 구석에서 내려 버스 편으로 청사까지 이동하였는데 일부 승객은 내리지 않고 남아 있었고, 다른 승객들은 또 타려고 준비 중이었다. 알고 보니 만달레이 - 헤호(인레호수) - 양곤 순서로 셔틀개념으로 운행하는 방식이었다. 자유 좌석에 셔틀방식이라 우리나라 직행버스를 타고 운행하는 듯하였는데 오히려 편안했다.
첫날, 만달레이 시내 답사
아무튼 만달레이에 도착한 우리는 사전에 미리 예약한 가이드를 만나 버스에 올라 편하게 첫날 답사를 시작하였다. 답사를 진행하기 전에 가이드에게 제시한 방침은, 우선 이틀간 답사를 진행함에 첫날은 만달레이 시내 위주로, 다음 날은 외곽지역 위주로 돌아보되 너무 바쁘게 많은 곳을 보려고만 하지 말고 여유롭게 진행하기를 부탁하였다. 특히 첫날은 만달레이 궁과 만달레이 힐을 포함하여 전체를 느껴 볼 기회를 갖고, 다음 날은 관광객들에게 유명해진 스님들의 대중공양 모습과 우베인 다리, 그리고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밍군지역 답사를 포함하되 양일 모두 한번은 힐(hill)에서, 한번은 강에서 일몰을 볼 수 있도록 부탁하였다.
마하무니 파야(Mahamuni Paya)
만달레이에서도 역시 사원 순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 첫 방문지는 만달레이의 대표적 사원 마하무니 파야였다.
마하무니 파야의 입구 역시 상가들로 이루어진 긴 터널인데 초입에서는 공양으로 바칠 꽃을 판다.
과연 만달레이 제일의 사원답게 불상 앞은 혼잡하기 이를 데 없다. 정면은 어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측면으로 돌아갔다.
측면에서 보니 불상 위로 올라가 금박을 붙이는 신자들 모습이다. 남자들만 올라갈 수 있다. 금박을 너무 덧입혀서 얼굴부위를 뺀 부분은 울퉁불퉁하다.
만달레이에서 가장 큰(4m) 불상을 모신 곳인데 1784년 보도파야 왕이 라카잉 지방에서 모셔 온 것으로 1884년 화재로 손상되어 복원한 바 있으며, 전설에 의하면 라카잉 지방을 방문한 부처가 이 불상이 완성되자 숨을 불어넣었다는 것인데 그런 까닭에 미얀마 사람들이 매우 각별하게 생각하는 불상이다.
단기 출가 의식 '신쀼'
이곳 마하무니 파야에서 우리는 미얀마의 전통적 관습인 단기 출가의식을 만났다. 이름 하여 신쀼(Shinpyu)라고 하는데, 9~12세 소년들이 단기 출가로 승려가 되어 일정 기간 지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머리도 깎고 수련 승으로서 1~6개월을 사원에서 지내게 되는데 의무는 아니지만 남자라면 많은 사람이 희망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있으며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기꺼이 축하해주고 본인들은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고 한다.
시골마을에서는 출가소년은 화려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소나 말을 탄다고 하는데 만달레이는 대도시인지라 그런지, 이미 사원 영내로 들어와서인지 전원이 한 줄로 서서 행진하는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선두에는 한껏 치장한 꽃 공양물을 머리에 이고 가며, 그 뒤로는 출가 아이들이 화려한 옷에 화장까지 하고 귀한 사람에게 씌워준다는 일산을 받치는 시중을 받으며 걸어가는데 화려함은 왕자의 신분으로 출가한 부처님의 당시 모습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 뒤를 정장으로 잘 차려입은 부모들이 따르고, 이어서 통일된 복장으로 멋을 낸 여인들이 줄지어 오는데 이들은 잘 모르겠다.
행진을 하며 들어오면 사원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사원은 규모가 매우 커서 볼 것도 많고 참배객도 넘쳐난다. 그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의 청동상인데 많은 사람이 줄지어 다가선다. 이들은 원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에 있던 것인데 1431년 캄보디아를 점령한 태국인들이 약탈한 것을, 1564년 바고의 바인나웅 왕이 다시 약탈해 왔으니 3개국을 이동해 왔는데, 자신의 아픈 부위를 만지면 낫는다는 속설이 있어 자주 만지는 부분은 반질반질하고 중요 부분은 아예 닳아 없어져 뚫어졌다.
크메르 청동상, 아픔을 낫게 해준다는 속설 때문에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이곳에는 약사 보살이 없는가보다.
만달레이 왕궁 (Mandalay palace)
1857년 민돈 왕이 지었다. 이 왕궁을 지은 후 수도를 만달레이로 천도하였으며, 이후 왕위를 이은 띠보 왕은 1885년 3차 영국과의 전쟁에 패배하여 왕궁을 빼앗기고 추방당한다. 이후 왕궁은 영국 주지사 관사와 영국인들 사교클럽으로 이용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군에게 함락되어 일본군사기지로 사용되다가 그들이 불을 질러 아예 잿더미가 된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이후 방치되던 왕궁은 1990년부터 복구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큼직하고 널찍한 건물 위주로만 지어놓아서 영 썰렁하고 생뚱맞다. 그것도 왕궁 대부분은 미얀마 군부대가 사용하고 있어 관람은커녕 출입도 제한되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동문으로 들어와 중앙 건물 몇 곳만 관람할 수 있다. 동문 출입 전 만달레이 지역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왕궁은 가로세로 2Km의 네모형태 부지와 외곽으로는 폭 70m, 깊이 3m의 듬직한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데, 만달레이 대부분 지역에서 왕궁이 보이고, 지나다니다 보면 계속 왕궁 주변을 돌아다니게 된다. 시내 전체가 네모 반듯한 바둑판 모양이라던가 왕궁이 내려다보이는 뒤편의 나지막한 야산을 힐(Hill)이라고 부르는 것 등은 모두 영국 식민지의 영향인듯하다. 막상 왕궁에서 미얀마나 만달레이의 역사, 문화, 전통 등을 느낄 수 없으니 어쩐지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만달레이 왕궁에서 가장 넓고 큰 공간, 국왕이 신하들을 알현하고 주요 국사를 논의하는 곳으로 높직한 불탑의 형태로 지었다.
정전의 중앙에는 띠보 국왕과 왕비의 인형이 있는데 띠보 국왕은 인도로 유배된 후 숨져 그곳에 묻혀 있다고 한다.
왕궁에서는 중앙 건물 몇 개와 그리고 뒤편의 작은 박물관 정도 돌아볼 수 있다. 크게 볼 것은 없다. 다만 33m 높이의 나선형 전망대에 올라 왕궁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많이들 올라간다. 또한, 왕궁이라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결혼을 앞둔 남녀들의 웨딩사진 촬영이 진행되기도 한다.
미얀마 왕궁의 야경, 해자의 물빛 위로 비친 모습이 멋스럽다.
이렇게 돌아보는 가운데 점심때가 되어 샨 음식을 마음껏 먹는다는 뷔페식당 '골든 샨'으로 향하였다. 보통 서너 가지 반찬을 주는데 이곳은 스무 가지도 넘는 뷔페식 반찬이다. 모두 맛있고 거부감이 없어 좋았는데 아쉽게도 그렇게 먹고 싶었던 샨 누들(샨 국수)는 아침에만 한다고 하여 먹지 못하였다. 각종 나물과 채소류가 특히 맛있었고 가격은 4천짯으로 저렴하다.
가건물식 실내는 생각보다 선선하고 쾌적하였으며, 뷔페식 반찬은 청결하고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한낮의 뜨겁고 무더운 시간을 피하여 호텔에서 두어 시간 쉬기로 하고, 식당 근처의 과일가게에서 열대과일 몇 가지를 사서 들어갔다. 몇가지 과일을 골라 담았지만, 하이라이트는 열대과일의 제왕 두리안(두옌띠), 뾰족하고 울퉁불퉁한 겉 부분과 아주 고약한 냄새를 가진 이 과일은 안에 담긴 부드럽고 맛난 속살 맛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찾는 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