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19 11:08

나에겐 내 삶의 은인이 된 두 명의 친구가 있다. 한 명은 원수처럼 지내던 친구였고 한 명은 절친한 친구였다. 공교롭게도 그 둘은 모두 직장 친구였다.

원수처럼 지내던 친구는 나와는 항상 앙숙인 관계였다. 회사에서 업무 시간이면 사사건건 논쟁을 벌이는 관계였고 그와 상종을 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미웠다. 그렇게 회사에서 앙숙이던 친구가 정년퇴직하고 헤어진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안부를 묻고 지내는 관계가 되었다.

사진=조선일보DB

다른 친구는 나와 입사 동기였고 아주 친한 친구였다. 우리는 취미가 같아 쉽게 친해졌다. 그의 성격과 나의 성격이 정반대였지만 장단이 어우러져 우리는 정말 친한 관계가 되었다. 나와는 달리 온화한 성격과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성격이었다.

조직이 바뀌어 그는 타 부서로 전출을 가게 되었지만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해외근무를 할 때 그의 개인적인 협조 요청에 적극 지원해 줄 정도였다. 그러다 내 상사로 오는 순간 그의 말과 행동은 전과는 매우 달라졌다. 부서장으로 일해온 나의 업적과 실적을 비방했다. 좋은 관계는 점점 좋지 않은 관계로 바뀌었고 나를 부서장직에서 해임하고 문외한이던 인물을 스카우트하여 부서장에 보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더니 그 말이 가슴 속에 맴돌았다. 시간이 흘러 이젠 가끔 통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친밀함을 느낄 수는 없다.

고 성철 스님은 이렇게 얘기했다.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못된 짓을 한 악인은 나의 은인이다" 두 친구는 내 삶의 은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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