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27 10:16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을 주변에서 늘 보게 된다. 사진 촬영은 대중화됐고 SNS의 소통 언어로 활용된다. 오죽했으면 침팬지도 사진을 찍는다고 할까?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할 수 있다. 기록이나 작품성 사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상 언어로 이용된다.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이나 풍경을 만나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보이는 대로 찍어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지울 수 있어서 더 그런 경향을 보인다.

반면에 사진을 취미로 막 시작하였거나, 조금 배운 사람들은 무엇을 찍어야 할지 궁금해한다. 사진을 시작한 지가 꽤 된 사람도 촬영지에 가면 주변을 휙 둘러본 후 '찍을 것이 하나도 없다!'라며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일쑤다. 하지만 피사체를 보는 마음과 시선을 달리해보면 찍을 거리는 주변에 널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보기 나름'이란 말과 같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그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습성이 있다. 눈높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위치를 달리하려고 않는다. 그런 습관의 이면에는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속성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게 되고 작심삼일을 불러오는 이치와 같다. 현재 상황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거나 더 좋은 사진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면 변화를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자기 편한 대로 한다면 성장을 가져오기 힘 든다.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사진에도 마찬가지이고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다. 새로운 시선이나 마음으로 접근하면 주변에서 소재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일상을 사진 소재로 활용한다면 귀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필자는 그런 방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사진작가나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 서너 번은 다녀왔을, 해외 사진 촬영을 위하여 간 적이 거의 없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풍광이나 물체가 곧 사진 소재다. 매일 다니는 같은 곳이어도 사계절에 따라 또는 아침저녁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해가 맑게 뜨는 날과 흐린 날, 눈이 쌓인 모습과 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우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이 다르다. 일 년을 줄곧 다니는 같은 곳이어도 시간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소재가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곧 사진 소재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선 자신의 모습을 찍어보자. 눈이나 눈썹, 발가락이나 불거진 힘줄, 발등도 찍어보자. 앞의 사진은 이른 아침 산책길에 이웃집 대문 앞에 내어놓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얼굴이 그려진 액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카메라로 썼다. 낡아 버려진 액자가 마치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찮은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사진 소재다. 늘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자주 만나는 친구의 환하게 웃는 모습도 훌륭한 소재다.

일부러 사진 찍기 위한 자세를 취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순간 모습을 담아보면 좋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도 훌륭한 사진 소재가 된다. 그리고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는 오래된 인형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들도 그렇다.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오토바이를, 기타를 좋아하면 그것을 사진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집안에서 가꾸는 화분과 장식품도 있다. 집안에서뿐만 아니고 직장 주변에도, 오가는 길목에도 수없이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 홀씨, 서쪽 산에 걸려 있는 초승달과 하현달, 보름이면 둥그렇게 창문 사이로 찾아드는 보름달도 창틀을 액자로 하여 찍을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이러한 시선으로 다가가면 언제 어디에 있든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들면 찍을 거리는 수없이 많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달리 해보면 피사체는 더 늘어난다. 필자는 오늘도 아침 주변 둘레길을 걸으며 셔터를 눌렀다. 내일도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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