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27 09:53

탕치(湯治)로 유명한 야마가타현(山形県) 히지오리(肘折) 온천

오쿠라무라(大藏村)

▲야마가타현 서쪽에 치우친 5개 시정촌(市町村)중 오쿠라무라(大藏村)는 중앙에 위치하지만 작고 외진 지역이다.

야마가타현 서쪽 5개 시정촌(市町村), 즉 쯔루오카시(鶴岡市)와 쇼나이조(圧內町), 니시가와조(西川町), 오쿠라무라(大藏村), 도자와무라(戶沢村)의 5개 자치단체지역을 집중 답사중이다. 앞서 얘기한 데와산잔(出羽三山)은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쯔루오카시(鶴岡市)의 영역에 있는 지역들이었으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작고 외진 지역에 있는 오쿠라무라(大藏村) 지역을 찾아가 본다.


히지오리(肘折) 온천

아다시피 일본 열도는 화산지대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곳곳에 온천이 솟아나는 나라다. 그러다 보니 일본 어디를 가나 온천 없는 곳이 없고 홋카이도나 규슈 등은 온천도시가 생겨나 유명관광지가 되었다. 이곳 오쿠라무라(大藏村)의 히지오리(肘折) 온천은 잘 알려지지도 않고 찾아가기도 힘든 산골에 위치한 작은 온천마을이다.

히지오리(肘折 : 肘 팔꿈치 주, 折 꺾을 절)온천은 아주 오래전 옛날에 팔꿈치를 골절한 노스님이 이곳의 온천에서 요양 치료하여 다친 곳이 나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이처럼 아픈 곳을 치료하는 온천을 탕치(湯治) 온천이라고 하는데 히지오리 온천은 1,200년도 넘은 유서 깊은 온천이지만 전체 온천 료칸이 스무 개 남짓한 아주 작은 온천마을에 불과하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워낙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인지라 미처 다 치우지 못한다. 겨우 차량 통행로만 개통한 모습이 구루베 협곡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부터는 큰 버스는 마을로 들어갈 수 없어서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험난한 S자 코스를 구비구비 돌아내려 가게 된다.

마을 옆으로는 도잔강(銅山川)이 흐르고 전체 50여 가구 남짓한 규모에 일본식 료칸은 23개이다. 가게와 식당 역시 불과 몇 곳에 지나지 않고 겨울을 제외하고는 마을 도로에서 아침마다 시장이 열려 물건을 사고판다. 걸어서 십 분도 걸리지 않는 마을 길은 유카타 입고 게타를 신은 관광객들이 유유히 산책하거나 인력거를 타고 돌아볼 수도 있다. 산책 중에 개방된 족탕(足湯) 온천에서 발을 녹이거나 료칸의 툇마루에 앉아 쉬기도 하지만 지금은 3월이라서 눈도 많고 추워서 밖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마을 상류에는 미니 수력발전소 댐이 있고 그 왼쪽 아래로는 사랑을 이어준다는 족탕(足湯) 온천이 있어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며,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갓산(月山)으로 올라가는 7개 등산로 중 한 곳이 보인다. 역시 겨울에는 눈(雪) 때문에 갈 수 없다.
강 건너 언덕 위 흰 건물은 현재는 폐교된 초·중학교 자리이다. 평생학습센터 등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마당에 쌓인 눈을 누가 빨리 파내어 땅바닥을 드러내는지를 겨루는 설상(雪上) 운동회(運動會)를 벌이곤 한다.
강 아래쪽은 비교적 유순한 풍경을 보이고 있으나 저 뒤편 산 너머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이 경사가 급한 관계로 240m 길이의 철제 교량을 S자로 설치한 진입로가 보인다. 이름은 희망대교(希望大橋)이다.

히지오리 온천은 1,200년도 넘은 그 옛날에 발견되어 피부병을 비롯한 불치병, 난치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소문이 나서 한번 들리면 2~3주씩 머물면서 길게는 2~3개월 넘게 꾸준히 치료하는 사람들이 들리는 탕치(湯治)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에도시대부터 계약조직으로 이어오는 히지오리 온천의 36인 모임은 공동소유 조직이자 강력한 결속력을 갖고 있어서 한번 탈퇴하면 다시 가입할 수 없으며, 신규로 가입할 때는 해당 지분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관례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개인이 추가로 발견한 온천이 두어 곳 있어서 지금은 개인과 조합이 혼재되고 있다.

히지오리 온천 마을에서 처음에는 산수(山水)를 분배하는 기능이었으나 지금은 상수도로 쓰이고 있는 배관시설이 있고, 그 옆에는 지하 60m에서 뽑아 올리는 온천수를 볼 수 있었는데 85℃의 온천수가 분당 600ℓ 올라오는데 각 가정이나 료칸에 도달하면 65℃가 되며 찬물을 섞어 42~45℃로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개탕(開湯) 1,200년의 자존심을 가진 온천마을이다.
36인의 온천조합 외에 개인 온천을 발견한 곳이다. 자랑스럽게 온천이 올라오는 것을 공개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는 무료 노천 족탕(足湯)을 만들어 누구나 쉬어갈 수 있게 하였다.
마을 안에는 야쿠시 신사가 있었고, 그 옆으로 약사여래가 서 있었는데 쌓인 눈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히지오리 우체국 옛 건물. 우체국을 상징하는 도형을 창문 살로 만들어 눈길을 끈다.

워낙 눈이 많은 곳이다 보니 곳곳에 쌓인 눈이 넘쳐나고 그러다보니 눈을 파내어 맨땅을 드러내는 속도 경쟁을 하는 게임도 하고, 또 교량이나 계단, 현관 앞 등 미끄러워 위험한 곳에는 온천물을 흘려서 눈이 얼지 않도록 녹여내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었다.

또 한가지는 쌓인 눈을 군데군데 파내고 그 안에 촛불을 밝힘으로써 해가 지고 나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전통을 갖고 있었는데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마을을 알리고 관광객을 조금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노력이 가상해 보였다.

올해는 눈이 예년보다 적게 내렸다는데 히지오리 온천마을에 도착한 저녁 무렵에도 가볍게 눈이 날리고 있었으며 마을 도로변 눈 벽을 일정한 간격으로 파내고 그 안에 촛불을 켜서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관광소재 개발에 애쓰는 모습이다.
히지오리 온천마을에서는 간게쓰(觀月) 여관에 묵었는데 5층에 온천탕과 노천탕이 있는 구조였으며 저녁과 아침 식사는 매우 훌륭했다. 요금은 1박 2식에 11,000~18,000엔쯤 하는데 부가세 별도이다.(일본은 숙박료가 1실 기준이 아니라 1인 기준이다.)

그동안 홋카이도나 규슈 지방의 대형 온천 도시로만 다니다 보니 히지오리 온천처럼 작은 시골 온천마을을 만난 느낌이 참으로 신선하다. 좁고 답답한 느낌보다는 아담한 마을 풍경에 어쩐지 착해 보이는 인심과 온순한 인정(人情)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루 이틀쯤 머무르면서 동네 산책도 하고 족탕 하면서 쉬기도 하고 몇 안 되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의 즐거움도 누려 보고 싶고, 해마다 7월 4일이 개탕(開湯)한 날을 기념하는 축제가 있다 하니 시골 외가 다니던 그 기억으로 다시 한번 찾아와 눈 녹은 갓산도 올라가 보고 사랑을 이어준다는 탕에 사랑하는 사람과 발 담그고 정겨운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오쿠라 와사비

우리가 고추냉이라고 부르는 와사비는 일본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될 향신료이자 필수적인 양념이다.

와사비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3년까지 유지하는데 2년 차가 맛이 제일 좋다고 한다. 연중 5~10℃를 유지해야 하는데 식물상태로는 씹어먹어도 맵지 않으며 상어 뼈를 잘라낸 작은 판에 싱싱한 뿌리를 갈아대니 비로소 알싸하게 매운 와사비 맛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와사비를 1kg에 1만 3천엔, 우리 돈으로 약 15만 원쯤에 파는데 1/5 가격에 불과한 중국산이 수입되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와사비 자체로만 판매하기보다는 간장이나 된장 등에 와사비를 첨가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이곳 오쿠라무라(大藏村) 지역은 또한 와사비로 유명한 곳인지라 히지오리 온천을 둘러보고 나가는 길에 와사비 재배지를 찾아보았다. 갓산(月山)의 청정한 명수(名水)로 재배하고 있는 와사비를 비닐하우스 안에서 직접 뽑아서 살펴보고, 잘 씻은 후에 잘라낸 뿌리를 바로 갈아보니 우리가 먹는 매운맛 와사비가 바로 그 맛이다.


취재협조: 제이홀리데이(www.jholi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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