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문학의 대가가 그린 현대인의 덧없는 사랑

환상문학 대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의 전집을 출간 중인 민음사가 칼비노의 단편집 ‘힘겨운 사랑’을 출간한다. 쿠바 출신의 이탈리아 작가 칼비노는 보르헤스,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환상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이번에 번역 출간되는 단편집 ‘힘겨운 사랑’은 내용 면에서 환상성을 덜어내고 어디선가 있을 만한 이야기, 언젠가 들어봤음직한 사랑 이야기로 구성하여, 현실 상황과 작중 인물의 심리묘사에 주목한 작품이다. 군인, 회사원, 사진작가, 신혼부부 등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등장인물 구성과 드라마 속 현실을 보듯 미묘하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힘겨운 사랑’은 사랑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사랑의 감정과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기차 옆자리에 앉은 여인을 바라보는 군인의 남모를 욕망과 모델을 사랑하게 되는 사진작가의 속마음,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인물이 여인의 관심과 앞으로 전개될 책 내용 사이에서의 갈등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내적 갈등과 갈망을 표현한다.

그렇다고 ‘힘겨운 사랑’이 이성 사이에 사랑의 어려움과 갈등에 관한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교대 근무를 하며 하루 중 잠시만 함께할 수 있는 신혼부부를 통해 사랑의 따뜻한 온기를 표현하거나 환경문제를 다루는 잡지사 편집자의 눈을 통해 현대 생활의 감동을 전한다.

환상문학의 대가가 표현한 현실 속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마음껏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랑의 감정 속에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 아이러니와 유머가 혼합된 상황에서 스쳐 지나쳐 놓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