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으로 바강 하루, 만달레이 이틀을 둘러본 우리는 마지막 날 양곤으로 돌아왔다. 하루 일정으로 양곤을 둘러보고 밤 비행기로 귀국하는 일정이다.
양곤(Yangon)
우리에게는 버마의 랑군으로 더 익숙한 도시, 18세기 중반까지 이름은 다곤(Dagon)이었다고 한다. 1755년 알라웅파야 왕이 다곤의 몬족을 제압하고 '전쟁의 끝'이란 뜻으로 양곤이라 개칭하였으며, 영국의 식민지가 된 후 영어식 이름인 랑군(랭군)으로 불리게 되었다가 1989년 식민지풍 지명을 미얀마식으로 바꾼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다시 양곤으로 개칭된 곳이다.
현재 양곤의 인구는 700만가량. 머잖아 2040년까지 인구 천만의 도시로 키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양곤은 미얀마의 수도가 아니다. 대부분의 국제선이 양곤으로 들어오고 외국공관들이 여전히 양곤에 있지만 지난 2005년 북쪽으로 320Km 더 올라간 네삐더로 수도를 이전하였다.
로카찬타 파야(Law Chanthar Abhaya Labhmuni Buddha Image)
공항에 내린 우리는 가까운 사원을 한곳 먼저 둘러보고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그래서 먼저 들린 곳이 로카찬타 사원이다. 오래된 사원은 아니나 거대한 옥불(玉佛)로 유명한 곳이다.
1992년 만달레이 북쪽에서 백옥 광맥이 발견되자 미얀마의 한 재력가가 이를 통째로 사들인 후 7년에 걸쳐 백옥 불상을 제작했다. 그 옥불을 안치하기 위하여 2002년부터 2년간 건립한 사원이 로카찬타 사원이다. 이곳까지 불상을 운반하여 오는데 무려 13일이 걸렸으며, 당시 우기였음에도 그 기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점심 후에는 여유를 갖고 쉬엄쉬엄 둘러보기로 하였는데 날은 덥고 일요일 한낮의 양곤의 시내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법 멋스럽고 넓은 카페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시내에 있는 인야호수보다는 작지만 쉐다곤 옆에 있는 깐도지 호수에 들려 산책도 하면서 미얀마 답사 마지막 날의 여유를 즐기기로 하였다.
그 유명한 쉐다곤 파야는 저녁 식사 후 야경을 보러 가기로 하였기에 낮에는 깐도지 호수를 나와 민속촌을 들려보았다. 미얀마의 소수민족들의 사는 모습들을 다양하게 전시해놓은 곳인데 나름대로 미얀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곳이었다. 그리고서는 재래식 시장을 구경할까 하다가 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물품을 파는 곳에 들러 미얀마 기념품도 살 겸 귀국 선물 준비 등으로 낮을 보냈다. 유명 관광지를 들린 것보다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저녁식사는 송별파티를 겸하여 양곤에서 규모가 크고 맛집으로 소문난 훠궈(샤브샤브)요리집으로 향하였다. 함께 4박 6일을 다닌 일행들 모두와 양곤에 머무는 지인들 몇 명을 불러내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으로 반갑고 놀랍고 또 아쉬운 자리였다. 그렇게 마지막 날은 우리 자신을 스스로 기억하고 자축하는 시간으로 보내다가 날이 저물자 드디어 쉐다곤 파야로 향하였다.
쉐다곤 파야 (Shwedagon Paya)
낮에 들렸던 깐도지 호수에서 퍼 올린 흙으로 기존 언덕에 인공언덕을 더 하여 58m까지 높이고, 다시 그 언덕 위에 높이 99.4m 높이의 대탑을 세운 쉐다곤 파야, 쉐는 황금, 다곤은 언덕이니 쉐다곤은 황금 언덕이라는 뜻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원은 부처가 열반한 뒤에 나온 사리를 모신 곳이지만 이곳 쉐다곤 파야는 유일하게 부처님 생전에 친히 뽑아주신 여덟 개의 머리카락 중 두 개를 봉안하여 지어진 매우 고귀한 곳이다. 즉, 부처가 인도의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어 열반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그곳을 지나던 두 상인이 부처에게 봉밀을 공양했는데 이때 부처가 고마움의 표시로 머리카락 여덟 개를 뽑아 주었으며 고국으로 돌아온 상인 형제는 이를 오칼라파 왕에게 바쳤고, 왕은 그중 두 개를 봉인하여 쉐단곤 파야를 지었다고 한다.
쉐다곤은 99.4m 높이의 대탑이 모두 금판으로 뒤덮인 황금 사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황금은 아니었다고 한다.
초기 쉐다곤의 탑은 16m였다고 하는데, 15세기 한타와디 왕조의 신소부 여왕의 자신의 몸무게만큼인 약 40kg의 금을 보시하여 금으로 장식하면서 탑을 40m로 높였고, 이후 후대의 왕들이 앞다투어 금을 기증하였고 일반 시민도 금을 보시하여 지금처럼 높고 커다란 황금탑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기증된 총 황금은 약 6만kg, 탑의 꼭대기 부부에는 73캐럿 다이아몬드를 올렸으며 주변에 총 1,080캐럿의 5,448개 다이아몬드, 2,317개의 루비, 1,065개의 금종, 420개의 은종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보석이 치장되어 있다.
1년에 두 차례씩 90m까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시주로 모인 금판을 계속 덮어가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아쉽지만 4박6일 일정의 미얀마 답사를 모두 마쳤다. 바강 하루, 만달레이 이틀, 양곤 하루의 빡빡한 일정이지만 나름대로 알차고 즐거운 답사였다. 특히 미얀마 국민의 선한 인상과 불교국가로서의 문화적 현장을 거리낌 없이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언듯 동남아시아 국가로만 치부하던 미얀마가 사실은 인도와 인접하여 불교 역사에 적지 않은 비중을 가진 나라라는 것, 그리고 지나온 역사 속에서 불교계에 끼친 영향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 등은 군사독재와 싸운 아웅산 수치여사 이야기로만 대변되는 오늘날의 미얀마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기에 감명 깊게 둘러본 일주일이었다.
인레 호수 등 그 밖에도 더 보고 싶은 곳도 많았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이만 두서없는 답사기를 마무리한다.
자료제공·내나라 문화유산 답사회(http://cafe.daum.net/sm-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