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를 태웠다. 가스레인지 상판 크리스털 유리가 산산조각으로 금이 갔다. 고열에 못 이긴 탓이다. 새로 가스레인지를 구매하고 설치를 했다. 설치한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하니 기분이 좋다. 무슨 이유인지 거의 저녁준비를 했을 때 가스 불이 꺼진다. 감감무소식. 이리저리 손을 대보지만 불은 안 켜진다. 빌트인 레인지라 겉에서 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딸과 손자가 왔다.
“할머니 계란후라이 해주세요.”
“가스 불이 안 들어오니 휴대용 가스레인지 꺼내서 해줘라.”
맛있는 반찬 많다고 그냥 저녁을 먹는다. 딸이 싱크대 서랍을 열고 이리저리 들여다보더니 기겁을 하고 놀란다.
“엄마 가스 밸브가 끊겼어요."
“새로 설치한 지 두어 시간 되었는데 무슨 말이야?”
들여다보니 밸브연결이 끊어지고 가스냄새가 훅 난다. 싱크대 서랍 뒤쪽에 연결되어 있으니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녁 8시. 가스 공사에 알렸다.
“저희가 금방 갈 테니 그냥 계세요.”
저쪽에선 그리 심각하지 않다.
“뭐 우리가 해야 할 조치 같은 것은 없나요?”
“네, 그냥 계세요.”
별거 아니니 얌전히 기다리라는 말투다. 밤 9시가 넘어 기사가 방문하고 호스를 연결했다. 기사는 긴장한 표정으로 일을 마친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나요?” 물으니 “어쩌다 한번요.” 기가 막힌다.
만일 사고라도 났다면 어쩔 뻔했는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켤 수도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던가? 나가면서 기사가 말하길, “신입사원이라 설치가 미흡했었나 봅니다. 다음부터는 신입교육을 좀 더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속에서 욕이 나온다.
어설픈 설치도 문제이지만 전화로 신고했을 때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지 않나 싶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지역 가스 공사에 다시 한 번 부탁한다. 가스로 말미암은 사고는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므로 좀 더 신중하게 일 처리를 하라고 말이다. 전화 상담원은 이럴 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태도가 매우 못마땅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