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31 09:53

올해 첫 다운샷 낚시를 5월 21일 다녀왔다. 보통 6월 초쯤 낚시를 시작하는데 그날은 예년보다 기온도 높았고, 물때도 사리 물때라 물 흐름이 좋을 거라 예상되어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출조를 강행했다.

매년 수차례 타왔던 안면도 마검포에서 배를 탔다. 지금껏 대부분 메인 선박을 탔었는데 그날은 자리가 없어서 조금 작은 선박을 탔다. 11인승이고 내부선실은 약간 좁고 주로 내만권에서 낚시하는 선박이다. 게다가 처음 타는 배라 선장님의 성향이나 포인트선정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 걱정이 들었지만, 출발 전의 설렘은 언제나 벅차다.

선단 사무실에 새벽 4시 30분에 도착하려면 집에서 2시쯤 출발하면 되지만 대게는 설렘에 잠을 설쳐 자정쯤 출발한다. 여유롭게 출발해서 3시 30분쯤 도착해보니, 먼저 오신 분들도 많다. 역시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 같은 심정인가 보다.

5시쯤 사무실이 열리고 승선 명부를 작성하고 봉돌과 웜 등 필요한 물품을 산 뒤 마검포항으로 출발했다. 우리 배에는 12명 승선 인원에 선장님을 포함해서 6명이 승선하여 자리도 넉넉하고 줄 엉킴도 거의 없었다. 이날 바다는 해무가 곳곳에 끼어 있었고 구름과 함께 간간이 찬바람이 불어서 육지의 더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파고는 장판이라고 할 정도로 잔잔해서 낚시하기에는 최적 날씨였다.

첫 포인트에서 올라온 농어.
첫 포인트에서 올라온 농어.

항을 빠져나가서 첫 포인트에 도착해서 첫 채비 입수 뒤 동료가 첫수를 했다. 그런데 올라오는 녀석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어종이다. 초릿대가 휘는 모양새와 떨림을 보면 대충 어종과 크기를 예상할 수 있는데 이 녀석은 낚싯줄이 오른쪽으로 거의 누울 정도로 옆으로 치고 나가는 처음 보는 패턴이다. 형태가 보이기 시작할 때는 60cm 정도 되는 삼치인 줄 알았는데 뜰채에 넣어서 배에 올려보니 70cm 가 넘는 농어였다. 아직 농어낚시를 해보지 않아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확이었다.

첫수로 동료가 괜찮은 농어를 잡아서 저녁은 먹고 갈 수 있겠다는 맘과 살짝 호조황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은 조수 간만의 차가 500이 넘을 정도로 물이 빨리 가는 사리 물때인데 현실은 물의 거의 흐르지 않았다. 물이 흘러야 광어나 우럭들이 먹이활동을 하는데 물이 흐르지 않으니 광어들도 모두 입을 닫은 듯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500이라는 것은 만조와 간조의 해수면 차이가 5m라는 뜻이다. 500이면 비교적 차가 큰 편이며 그만큼 물이 많이 흐른다고 할 수 있다.

잔잔한 바다.
잔잔한 바다.
이날의 입질은 아주 미세했다. 평상시라면 빠른 속도로 웜을 물고 바닥으로 다시 내려가거나 이동을 해서 낚시꾼이 입질을 느낄 수 있는데 이날은 웜을 물고 가만히 있는 형태의 입질을 보였다. 채비의 무게가 변한 걸 느낀 뒤 가벼운 챔질을 하고 릴링을 해서 랜딩을 하고 보면 바늘에 아슬아슬 걸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광어는 바늘이 헐겁게 걸리는 경우가 많아 뜰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광어는 바늘이 헐겁게 걸리는 경우가 많아 뜰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에 일행 모두 한두 마리씩 손맛을 본 터라 큰 부담 없이 낚시했지만, 오후 들어서는 거의 입질이 없었다. 웜의 색깔도 바꿔보고 바늘 크기도 바꾸고 웜과 봉돌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단차도 변화를 줘 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낚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 선장님이 다른 배들이 잘 낚시하지 않는 비밀 포인트가 있으니 거길 한 번 더 뒤져보고 입항을 하자고 한다. 비밀포인트에 도착한 뒤 몇 번 채비를 내린 뒤 탐색을 하고 있었는데 봉돌이 펄에 박힌 느낌을 받고 낚싯대를 들어 올려서 뽑는 순간 초릿대 떨림이 느껴졌고 광어가 물었음을 직감했다. 그 뒤 챔질을 하지 않고 천천히 릴링했는데 전해오는 느낌이 대 광어임을 느껴졌다. 반쯤 올린 뒤 선장님의 도움을 요청했는데 지인이 본인이 뜰채질한다기에 말렸다. 풍성한 조과를 올리는 중이라면 한두 마리 털려도 상관없지만, 흉작일 경우 차라리 선장님이 뜰채를 대는 것이 맘이 편하다. 입질이 예민한 날이라서 드랙을 살짝 풀어놓은 상태인 걸 고려해도 릴이 헛도는 순간이 많았다.

수면에 광어를 띄워서 눈으로 확인해본 결과 꽤 큰 뜰채인데도 몸통이 들어가질 않을 정도로 대광어였다. 뜰채를 대는 순간 머리를 휙 하고 180도 돌려서 달아난다. 릴링 한번이 1m라고 대략 계산하면 대략 30m 이상을 달아난 것 같다. 드랙을 잠그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고 다시 릴링 했다. 달아나기 직전에 배 속에 있던 반쯤 소화된 먹이를 토하는데 20cm가 넘는 생선이다. 이 녀석은 세 번의 힘겨루기에도 지치지 않고 수면에서 뜰채에 넣기 전에 달아나니 허탈하다. 이번에는 아예 바늘도 빠져버렸고 사진을 찍지 못했으니 증인은 선장님과 지인 두 명뿐이다. 지인과 선장님이 더 아쉬워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요즘 대광어들은 산란 철이 다가와 배에 알이 꽉 차있는 경우가 많다. 대광어를 놓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얼굴을 세 번이나 보고 찐한 손맛을 본 것으로 위안으로 삼는다. 이날 총 조과는 광어 12마리, 우럭 3마리, 놀래미 4마리, 농어 한 마리다. 오전에 대부분 나왔고 오후 들어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간간이 손맛을 봐서 크게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배지느러미 근처가 거뭇거뭇한 광어는 양식장에서 탈출한 광어이다.
배지느러미 근처가 거뭇거뭇한 광어는 양식장에서 탈출한 광어이다.

입항을 시작하면서 고기들의 피를 뺏다. 그동안 물칸에 잘 살려놨다가 아가미 쪽으로 피를 빼서 자주 가는 드르니항의 식당으로 가져가서 매운탕에 회를 먹었다. 노래미의 단맛과 농어의 찰진맛이 일품이다. 보통 잡은 고기를 먹는 데 있어서 고래회충 걱정을 많이 하는데, 고래회충은 생선이 죽은 뒤 내장에서 나와 살로 파고드는 습성이 있으므로 최대한 살려서 피를 뺀 뒤 내장을 제거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출항하면 배의 속도에 의해 뱃전으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그러면서 뱃전에 걸어놓은 낚싯대와 릴이 바닷물에 침수되게 되고, 주로 릴이 영향을 많이 받는데 출조 뒤 분해해서 세척 및 건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염분에 부식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보려고 선물 포장용 비닐봉지를 씌워놓는다. 효과가 좋으니 조행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참고하길 바란다.

바닷물 침수를 조금이라도 예방하려고 선물 포장용 비닐봉지를 덮었다.
바닷물 침수를 조금이라도 예방하려고 선물 포장용 비닐봉지를 덮었다.

육지는 예년과 다르게 기온이 30도를 기록할 정도였지만 바다는 아직도 상당히 춥다. 포인트로 이동할 때는 배의 속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더 떨어지기도 하기에 비싼 낚시복장이 아니더라도 비상용으로 바람막이 외투 정도는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