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은 조명이 켜지기 전부터 찔레꽃 노래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요
이태선 작사, 박태준 작곡의 동요 '가을밤' 이라는 곡을 1972년 가수 이연실이 가사를 새로 붙여 부르면서 애창되기 시작한 곡이다. 장사익의 찔레꽃을 연상시키는 이 찔레꽃의 노래가사는 연극 동치미의 내용을 미리 말해주는 듯 노래만으로도 마음을 흔드는 울림이 있다.
연극 동치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04년 원로 시조시인 김상옥 씨가 60여 년간 해로 했던 부인을 잃고 식음을 전폐하다가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 연극의 초기 연출가인 김용을 씨에 의하여 우리들은 연극 동치미를 만나게 된다.
이미 2012년에 연극 동치미를 관람한적 있다. 그날 세상에서 만난 그 인연들이 가슴을 헤집고 들어와 섬세하고 예리한 아픔이 되던 날 창덕궁 담장 옆 돌 의자에 앉아서 눈이 붓도록 울고 말았다. 눈물로 기억되는 연극 동치미의 새로운 시높시스를 2016년도에 다시 만났다. 평생을 고지식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내의 생일날에도 준비한 생일 선물 한번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전달하지 못하는 소리만 지르는 봉건적 가장의 모습이다.
"예전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 산에 불을 지르는 일이 많았는데 온산의 산짐승들이 살기 위해 다 도망을 가도 꿩만은 가까운 연못을 날아다니며 온몸을 물에 적셔 뜨거워진 자신의 알을 식히고 또 식히고 하면서 보호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불이 꺼지고 산에 오르면 새카맣게 타버린 꿩의 품속에는 꼭 알들이 있었다 한다."
다정하지 않은 아버지 김만복 씨가 들려주는 '꿩 먹고 알 먹고' 라는 말의 유래는 자식들에게 향하는 사랑의 간접 표현이다.
새끼를 위하여 연못과 알 사이를 날아다니는 꿩의 모습은 어느 순간 내가 되기도 하고 가슴 속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있는 관객이 되기도 한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모습이 되는 것이었다.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할 때 객석 사이사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 시간의 관록을 자랑하는 노년의 배우 김진태씨의 연기와 더불어 특별하지 않는 나날들이 연극이 되어 무대 위에서 특별함의 의미를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의 공연을 지속하고 있는 연극 동치미의 숨은 의미를 찾아가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의 인연들이 행복할 수 있는 날까지 연극 동치미는 이어질 것입니다” 라던 무대 위 엔딩멘트. 귀하고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세상의 모든 인연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복이란 축복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