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17 09:59

고성 해파랑길을 걷다 (1) 첫째 날

서울을 벗어나 길을 떠나는 사람들, 그 사람들 틈에 내가 끼어 있다. 딸이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며 하는 말, “나는 이담에 나이 들면 엄마처럼 살 거야.” 새벽길을 나서는데 기분이 좋다.

버스 3대가 출발한다. 대부분 5~60대 시니어로 이루어진 도보여행까페 사람들이다. 까페에는 까페지기를 비롯해 총무, 회계, 길 리더 등 운영진들의 봉사로 운영된다. 여행에 따르는 모든 일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진다. 여행 신청, 회비 입금, 취소, 환불 등 일정에 따른 회비를 내면 왕복 교통비와 아침식사로 떡과 커피가 제공된다. 차는 보통 버스를 대절한다. 봉사자들의 수고가 참 고맙다. 버스에 올라 입금 순서대로 지정된 자리에 앉는다.

옆 사람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새벽에 못잔 잠을 청한다. 도로 위 차들이 움직이지 않는 듯 아주 느리게 가고 있다. 강원도 고성까지 언제 도착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는 명절 때 보다 더 정체가 심한 거 같다고 한다.

아무래도 고성해파랑길 걷기 축제 개막식 참석은 힘들 거 같다. 새벽 6시 30분 출발해서 9시 30분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말이다. 용대리를 지나 미시령을 지나고 진부령고개를 지났다. 고성까지 앞으로 30km 남았다. 정말 지루하다. 걷기도 전에 모두 기진맥진 할 거 같다.

드디어 거진항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후 12시 40분. 행사는 참석 못하고 바로 점심식사를 한다. 매식하는 그룹과 도시락 싸온 그룹으로 나뉜다. 배고플 때 먹는 밥은 아무 거라도 맛있다. 모두들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살아났나보다. 배낭을 매고 걷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화진포 호수를 걷기 시작했다.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 붙여진 이름이다. 동해안 최대의 자연 호수로 길이가 16km나 된다.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10호인 지정문화재이다. 넓은 갈대밭에 많은 철새와 고니가 날아든다.

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재미있는 건물의 이름들이 있다. 김일성 별장, 이기붕 별장, 이승만 별장 등 들여다 보고 싶지도 않다. 호변길을 지나는데 귀한 적송이 건강한 모습으로 울창한 송림을 이루고 있다. 길을 다니다 보면 굽이굽이 멋진 소나무들이 누렇게 병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했는데 이곳 소나무를 보고 건강한 모습이 고마웠다.

화진포 광장을 출발해서 해발 122m 응봉에 올라 점을 찍고 건봉사로 이동했다. 우리나라 4대 사찰중 한 곳인 건봉사는 1,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신라사찰이다. 옛 이름은 원각사라 한다. 입구에 있는 아치형 돌다리 능파교가 아름답다.

잠시 후 삿갓을 쓰고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도사님의 해설과 이곳을 통과하는데 지켜야할 주의사항을 듣는다.

주의사항은 첫째 정해진 길 외로 이탈하지 말 것. 둘째 길가는 도중에 함부로 사진을 찍지 말 것. 셋째 안내자 앞으로 앞서 가지 말 것 등이다.

확실한 인원파악이 끝난 후 철조망으로 쳐진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갔다. 아~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다. 금강산 속 민통선 안에 들어와 북녘땅을 가까이 바라보다니. 묘치봉까지 올라 북녂땅을 바라보고 다시 하산했다. 채도사님의 인솔로 내려오니 철문을 다시 잠근다. 숙소인 금강산 콘도로 이동했다. 내일의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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