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16 09:46

'아이비는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한 대표적인 실내식물로서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므로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고 물은 3-4일에 한 번 주면 된다.' 지금 현재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원예 책자의 한 부분입니다. 인터넷 검색에서도 아이비 키우기에 대한 내용은 이와 비슷하게 나와 있네요. 그뿐인가요? 꽃집 쥔장들도 거의 똑같은 말을 하지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비는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한 대표적인 실내식물로서 햇빛이 밝은 곳에서 예쁘고 튼튼하게 잘자라며 물은 화분 전체의 흙이 바싹 말랐을 때 한 번에 흠뻑 준다.'

'이 녀석은 이틀에 한 번 주라', '저 놈은 삼,사일에 한 번 주라' , '얘는 건조해도 잘사니까 일주일에 한 번 주라'

여기저기 화초 물주기에 대한 정보를 찾다보면 대략 이렇게 나와 있지요. 다 틀린 말이예요. 화초 물주기는 '며칠에 한 번씩 주라'는 거 절대로 아니랍니다. 물은, 기간이 어찌 되었든 화분의 흙이 말랐을 때 주는 거예요. 계절마다 날씨가 달라 흙이 마르는 속도가 다르고 집의 환경에 따라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양이 다른데 어떻게 세상의 모든 화분에 담긴 흙이 똑같이 마르겠어요? 어떻게 '며칠에 한 번씩'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겠냐고요?

오늘은 실내화초 키우기의 기본 요령인 올바른 물주기 방법, '화분의 겉흙(=윗흙)이 말랐을 때 한 번에 흠뻑 주라'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말로 하는 설명만으로는 모르겠다는 분이 많아서 화끈하게 사진으로 다 보여드려요. 자아,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두 눈 동그랗게 뜨셨나요? '화분의 겉흙이 말랐을 때'란 도대체 무엇인가! 시작합니다.

"아하, 그러면 눈으로 봐서 흙이 말라보일 때 물을 주면 되는 거야?"

아니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무슨 소리냐고요?

눈으로 봤을 때 겉흙이 말라 보인다 해도 실제로는 두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첫째, 겉흙도 마르고 안쪽의 흙도 말랐을 경우 - 이때 물을 주는 건 괜찮습니다. 둘째, 겉흙이 말라 보여도 안쪽의 흙은 젖어있을 경우 - 이때 물을 주면 안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화분의 겉흙은 분명 말랐는데 안쪽의 흙은 젖어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 때 물을 주면 안된다고요. 뿌리가 계속 젖어있게 되면 물러서 썩어버리니까요. 그럼 화초는 시들거리다가 죽습니다.

"그럼 대체 어쩌라는 거야?"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손으로 흙을 만져 보라'는 겁니다.

"난, 싫어 ~ ! 이거 얼마 주고 한 네일아트인데…. 이렇게 하면 손톱 벗겨지잖아. 손톱에 흙도 끼고…. 오, 노우!"

하는 당신이라면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보세요.

"좋아 ! 이제야 감이 오는 군. 화분의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라, 이거지?"

아니, 잠깐만요. 단어 두 개가 빠졌어요. '화분의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라.'가 아니라 '화분의 겉흙과 안쪽 흙이 말랐을 때 한 번에 흠뻑 주라.'입니다.

화분에 물을 줄 때는 화분 아랫부분의 물구멍으로 물이 조금 흘러나올 때까지 천천히, 흠뻑 흘려주라는 거예요. 사진의 물뿌리개처럼 구멍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물을 주면 화분의 흙이 패이지 않고 골고루 물이 잘 스며들어요. 하지만 물이 화분 밖으로 줄줄 흘러나오도록 많이 주면, 흙 속의 영양분이 물과 함께 빠져나오게 되니까 조심해야 해요.

여러분 혹시 물을 이렇게 주지는 않았나요? 양치질 하다가 남은 물 찔끔, 물마시다 남은 물 찔끔찔끔. 여기저기서 조금씩 남은 물 졸졸졸 ~~ 그렇게 물을 주면 화초는 죽어요. 적은 양의 물을 찔끔찔끔 주게 되면 화분의 겉흙만 젖을 뿐, 안쪽 흙은 마른 상태이기 때문에 뿌리에 수분 공급이 되질 않아요. 그러고도 당신은 겉흙이 젖은 것만 보고 물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화초에 제대로 물주기, 이제는 정말 잘 할 수 있겠지요?


그 밖에 물주기에 조심할 점

1. 식물의 잎이 말랐다고 해서 무조건 물을 주면 안돼요.

식물의 잎이 마르는 이유는 물을 주지 않아서가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물을 너무 자주 줘서 흙이 항상 젖어있어도 그런 증상이 나타난답니다.

식물의 잎이 기운 없이 쳐져있거나 말랐다면 물부터 줄게 아니라 일단 흙부터 살펴보세요. 꼭! 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는 거예요.

2. 화분의 흙 위에 이끼나 여러 가지 색깔의 장식돌 등이 있는 경우

저는 솔직히 화초 키우기의 고수가 아니라면 다 걷어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장식돌은 그야말로 장식만을 위한 것이지 물주기를 제대로 하기위해 흙을 체크하려면 방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장식돌을 그냥 놔두고 흙을 체크할 방법이 없냐고 묻는다면 나무젓가락을 이용하는 방법을 권해드려요.

3. 여름철 물주기 :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때 물을 주세요.

한 낮에 물을 주면 화분 속의 온도가 더 높아져서 뿌리가 힘들답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때 물을 주면 낮 시간 동안 높이 올라가는 온도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4. 겨울철 물주기 : 여름과 반대에요. 해가 있을 동안에 주세요. 이왕이면 10시에서 2시 사이가 좋아요.

실내에 있는 화분이라고 해도 추운 베란다에 두었을 경우, 새벽이나 밤에 물을 주면 기온이 내려가서 가느다란 뿌리들이 상하거나 심지어는 얼어버리는 수가 있답니다. 또, 금방 받은 수돗물을 주지 않는 게 좋아요. 가장 좋은 물의 온도는 실온과 같은 거예요. 미리 받아놓은 물이나 미지근한 물을 섞어 찬 기운을 없앤 물을 주어야 해요.

5. 다육식물과 선인장의 물주기 : 일반 관엽식물의 물주기와는 많이 다릅니다.

이 식물들은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는 게 아니라, 화분 전체의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물을 주어야 한답니다. 특히 공중습도가 높아 수분의 증발량이 낮은 장마철엔 물주기를 정말 조심해야 해요. 자칫 물을 잘못주면 뿌리와 줄기 아랫부분이 물컹거리면서 썩어버리지요.

화분 안쪽의 흙이 완전히 말랐는지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은 위의 '나무젓가락'을 사용한 방법이에요. 화분의 밑바닥에까지 닿을 만큼 나무젓가락을 깊이 찔러보면 된답니다. 그래도 자신이 없다면, 다육식물과 선인장 잎에 가느다란 주름이 생기면서 쪼글거릴 때 물을 주세요. 그런 증상은 녀석들이 물이 먹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거든요.

6. 화분의 크기에 따라 체크하는 방법

소형이나 중형 정도 크기의 화분 속 흙은 위의 방법대로 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형 화분의 경우는 손가락 한 두 마디의 깊이가 아니라 화분에 흙이 담긴 높이의 위에서 적어도 1/5정도 깊이의 흙을 만져보아야 합니다. 손으로 파보기엔 어려우니까 나무젓가락을 이용하세요. 나무젓가락 전체 길이의 반 이상을 흙에 찔러 넣어 보아 습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 물을 주세요.

7. 화초를 오래 키우다보면 어떤 녀석에게 며칠 간격으로 물을 주어야 하는지 기억하게 되면서 물주기가 쉬워지지요.

하지만 일년 내내 그 날짜 간격이 같은 것은 아니랍니다. 햇빛이 강하고 건조한 봄과 가을엔 흙이 더 빨리 마르고, 장마가 낀 여름이나 식물들이 활발하게 성장을 하지 않는 겨울엔 흙이 비교적 늦게 마르니까 조심하세요.

8. '물을 좋아하는 식물'과 '물을 싫어하는 식물'이라는 말의 뜻

일반적으로 화초에게 필요한 물이라 함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공기 중의 습도를 말하는 '공중습도'이고 하나는 흙에 포함된 습도를 말하는 '토양습도' 에요. 대부분의 관엽식물은 공중습도가 높은 것을 좋아 하지만 토양습도는 식물마다 좋아하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요. 제가 직접 경험해서 터득한 결론을 말씀드리면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란 흙이 항상 축축한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라 건조한 상태를 잘 견디지 못하는 식물이라는 뜻이에요.

트리안, 아디언텀, 네프롤레피스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 녀석들은 안쪽의 흙에 좀 촉촉한 느낌이 있다 하더라도 화분의 겉흙이 말랐다 싶을 때면 얼른 물을 주어야 해요.

물주는 시간을 놓치면 잎이 마르니까 늘 자주 신경 써서 흙을 체크하세요. '물을 싫어하는 식물'이란 흙이 건조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잘 견디는 식물을 뜻하지요.

아이비, 바이올렛, 제라늄, 호야, 페페로미아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잎이 힘없이 쳐지지 않는 이상 화분의 흙이 모두 말랐을 때 물을 주는 게 좋아요. 이 녀석들은 뿌리가 오랫동안 젖어있으면 잎이 마르면서 떨어지고 줄기나 뿌리가 물러버린답니다.

9. 오랫동안 분갈이를 하지 않았거나 입자가 고운 흙을 쓴 화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흙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데 이 때는 화분의 물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물을 주어도 일부만 젖을 뿐 안쪽의 흙은 그냥 말라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는 젓가락이나 포크 같이 날카로운 것을 이용해서 화분의 흙을 푹푹 찔러 부드럽게 해주면 된답니다.

10. 식물은 잎이 깨끗할수록 호흡도 잘하고 공기정화 능력도 뛰어나답니다.

물을 줄 때 가끔씩 전체적으로 샤워를 해주면 훨씬 더 예쁘고 건강해 져요.


자료제공 정원·원예 전문월간지 가든인
글·사진 성금미 산타벨라처럼 쉽게 화초키우기 저자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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