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친구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에 있어서 그 필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좋다. 세계가치조사 기관에서 노후 행복의 다섯 가지 요인 중의 하나로 친구가 꼽혔다.
넌센스 퀴즈로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부산을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정답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다. 친구의 중요성을 다른 방법으로 강조한 예의 하나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가 필요해진다. 인생 2막을 행복하게 하는 일의 하나가 진정한 친구를 두는 일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사회적 네트워크로서 다양한 층의 사람과 관계를 유지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일로 만났던 사람들은 그 목적이 없어지기 때문에 관계도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인생 2막에서 챙겨야 할 친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여러 친구를 두고 있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 관계의 친구도 있지만, 실상은 손꼽아보면 열 손가락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가장 가까운 친구는 누구일까? 코 흘리던 시절에 인연을 함께 한 초등학교 동창이 될 수 있고 중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도 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부부가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다. 정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평생을 같이 해왔고 마지막까지 함께 해야 할 관계다. 인생 1막에서 우리는 가족을 위하여 헌신해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은 늘 뒷전으로 돌렸다.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었다. 가족을 위해 일했지만,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미국의 한 임상심리학자는 '행복한 은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해왔지만, 이제는 점심도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부부다.” 그렇기에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좋은 친구의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에는 결혼 관계는 유지하되 구속의 틀에서 벗어나는 '졸혼(卒婚)'의 시류도 같은 맥락이지 싶다. 오랫동안의 구속에서 자유를 주는 부부 관계 형성, 즉 친구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을 살고 있지 않을까? 서로에게 보약 같은 친구로서 말이다.